프로야구 중단… 최악 사태 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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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확산에 KBO 초비상
수원-잠실 등 수도권 구장 관중 격감… 선수 감염-확진환자 관전 등 우려
일각 “막연한 불안감에 흔들려”…

“지금 야구가 문제인가, 사람이 먼저다.”

프로야구 한화 김성근 감독은 5∼7일 kt와의 3연전이 열린 대전구장에서 마스크를 쓴 채 취재진을 맞았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공포는 야구장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김 감독은 “이런 때에 야구를 하는 게 맞는 일인가. 확산 속도가 너무 빠르다. 선수들은 건강해서 괜찮다고 해도 관중에게 옮기기라도 하면 어쩔 것인가. 상황이 심각하다면 리그를 잠시 중단하는 것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 혼돈에 빠진 프로야구

지난달 말까지 늘어나던 야구장 관중은 메르스가 확산되며 감소세가 뚜렷해졌다. 특히 메르스의 1차 진원지인 경기 평택과 가까운 수원을 안방으로 쓰는 kt는 직격탄을 맞았다. 2∼4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SK와의 3연전 관중은 각각 3091명과 2208명, 2009명밖에 되지 않았다. 4일 관중 수는 올 시즌 수원구장 최소 관중이었다. kt는 야구장을 찾은 관중에게 무료로 마스크를 나눠주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공포까지 막을 순 없었다. kt는 앞으로 예정된 안방경기를 메르스가 발생하지 않은 다른 지역에서 치르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다른 구단들 역시 관중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메르스 사태 전까지 한화는 24번의 안방 경기 중 12차례나 매진을 기록했다. 하지만 5일과 6일에는 4427명, 8402명만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를 찾았다. 7일 관중은 7210명이었다. 평소 토요일 2만 명을 훌쩍 넘기던 서울 잠실구장의 6일 관중은 1만2301명에 그쳤다. 수도권 구단의 마케팅 관계자는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언제까지 이 사태가 지속될지 몰라 답답할 뿐”이라고 했다. 반면 메르스가 아직 발생하지 않은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6일 열린 NC-삼성전은 만원 관중(1만1000명)을 기록했다.

○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 사태 오나

최악의 시나리오는 선수 가운데 감염자가 나오는 것이다. 가능성이 희박하긴 하지만 환자 선수가 나오면 그 선수와 운동장에서 접촉한 동료 선수들 및 관계자들은 모두 격리돼야 한다. 당연히 정상적인 리그 운영이 어려워진다.

보건당국은 아직까지 모든 감염은 병원 내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병원 입원자나 방문자, 의료진 등만 감염됐을 뿐 병원 밖을 벗어난 지역 감염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7일 정부가 발표한 메르스 확진환자가 나온 병원 24곳 가운데는 삼성서울병원(서울 강남구)과 서울아산병원(서울 송파구) 등이 포함돼 있다. 이 때문에 서울 강남구와 송파구 소재의 많은 학교가 임시 휴교령을 내린 상태다. 이 지역에는 여러 명의 선수가 거주하고 있다. A구단 관계자는 “만에 하나라는 걸 무시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선수도 그렇지만 야구장을 찾은 관중 가운데 확진환자가 나오면 어떡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막연한 불안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B구단 관계자는 “백화점과 놀이공원 등도 다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직장인들도 모두 회사를 나간다. 리그를 중단할 정도의 사태는 아닌 것 같다. 상황을 주시하며 정부 지침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 국제대회도 울상

메르스는 국제대회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2015 월드리그 국제남자배구대회에 참가 중인 한국 대표팀은 13, 14일 수원에서 열릴 예정인 일본과의 경기에서 흥행을 걱정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한일전은 누구나 기대하는 빅카드지만 장소가 수원이라 많은 관중이 찾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10일 개막 예정이었던 2015 수원 컨티넨탈컵 U-17 국제청소년축구대회는 메르스 확산 여파에 따라 8월로 잠정 연기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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