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경남 무상급식 원점으로…도의회 중재 사실상 무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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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교육청 ‘원안 수용’ 거부… 2016년 총선까지 급식논쟁 이어질듯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

경남지역 무상급식 중단 사태의 원만한 수습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중재안 수용을 재촉구하는 경남도의회의 ‘최후통첩’에 대해 도와 도교육청이 거부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자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두 기관과 경남도의회, 정치권을 향한 비판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남도의회 의장단은 5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4월 21일 도의회가 제시한 중재안을 놓고 도의회 의장과 두 기관을 대표하는 사람이 회의를 열어 최종 타결을 하자”며 “회의 참석 여부를 9일까지 답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이번 제안을 두 기관 중 한 곳이라도 거부하면 중재를 포기하고 6월 임시회에서 무상급식과 관련된 추경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덧붙였다. 추경 예산 처리란 실제 세입, 세출과 다르게 경남도교육청 당초 예산에 편성돼 있던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바로잡는 작업이다. 김윤근 의장은 “이후 발생하는 문제의 모든 책임은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는 기관이 져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경남도의회 새누리당 의원들이 만든 중재안은 초등학생은 소득 하위 70%, 중학생은 소득 하위 50%, 군 및 시지역의 읍면 고교생은 소득하위 50%, 동지역 고교생은 저소득층을 무상급식 지원 대상으로 삼는 내용이었다. 지역별로 시행해 오던 ‘보편적 무상급식’을 이른바 ‘소득별 선별적 무상급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중재안이 시행된다면 법적으로 지원을 받고 있는 저소득층 6만6400명에 16만 명이 더해지게 된다. 지난해 무상급식 대상 28만5000명보다는 6만 명가량 줄어든 22만6500명이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경남도의회의 최종 통보에 대해 도와 도교육청은 ‘수용 불가’ 방침을 세우고 내부 의견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준표 경남지사와 도내 시장 군수들은 최근 열린 정책회의에서 “도의회 중재안을 수용할 수 있다”면서도 조건을 달았다. 중재안에서 제시한 지자체와 도교육청의 급식예산 분담 비율 7 대 3은 곤란하므로 도교육청이 1%라도 더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무상급식에 대한 경남도의 감사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는 전제였다.

도의회는 두 가지 모두를 거부했다. 감사 문제는 도의회에 일임해야 하고, 예산 분담 비율도 도교육청 형편을 감안하면 바꾸기 어렵다고 밝혔다. 홍 지사와 도의회의 자존심이 충돌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박종훈 교육감은 일관되게 ‘선별급식’을 반대하고 있다. 그는 경남도의회 중재안에 대한 교육수요자 여론조사를 진행하다 갑자기 중단시킨 뒤 홍 지사 검찰 출석 직전인 지난달 8일 전격적으로 수용 거부를 발표했다. 박 교육감은 8일 간부회의에서 경남도의회에 낼 답변을 정리할 예정이지만 ‘선별급식’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무상급식 지키기 경남본부’도 홍 지사와 도의회를 한통속이라고 비난하며, 박 교육감에게 중재안 거부를 촉구했다. 박 교육감은 정치적 부담과 함께 월 20억 원에 이르는 급식비 미납 부분도 고민해야 하는 처지다. ‘유상급식’ 대상자의 9% 가까이가 급식비를 내지 않아 연말까지는 미납액이 15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결국 경남지역의 급식 논쟁은 내년까지 이어지며 20대 총선의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몇몇 시군에서는 홍 지사가 무상급식 예산을 돌려 시행하는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 대신 지역교육청에 급식비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경남#무상급식#원점#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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