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루소는 틀렸다… 인간은 선하지 않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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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볼프 슈나이더 지음·박종대 옮김/584쪽·2만5000원·열린책들

전장의 긴장과 공포에 시달리는 군인의 삶을 그린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한 장면. 동아일보DB
전장의 긴장과 공포에 시달리는 군인의 삶을 그린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한 장면. 동아일보DB

“지난 3000년 동안 군인은 세계사의 큰 동력이자 공포와 경탄, 경악의 대상이었다. 수많은 나라를 짓밟고 문화를 파괴하고 민족을 말살했다. (…) 군인은 누구보다 많은 고통을 가했지만, 누구보다 스스로 더 큰 고통을 받을 때도 많았다.”

이 책은 ‘우리가 아는 군인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는 추도사로 시작한다. 저자 볼프 슈나이더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징집돼 무너져가는 나치 정권을 위해 싸워야 했던 사람이다. 전쟁이 끝난 뒤 그는 미군 포로수용소에서 생활하면서 자신의 신분이었던 ‘군인’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의 오랜 고민의 산물이다. 한 사람의 생명보다 귀한 것인지 누구도 그 가치를 답할 수 없는 이념이나 종교의 차이로 군인들은 전장에 나가서 싸워야 했다. 저자는 군인의 역사를 고찰하면서 군인들이 어떤 무기를 들고 싸웠는지, 어떤 고통을 겪고 무엇을 위해 죽었는지를 살핀다. 슈나이더는 ‘평화란 인간의 자연 상태이며 인간은 원래 선한데 소유와 거주, 진보 때문에 타락한 것’이라는 장 자크 루소의 주장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역사는 싸움과 살인, 전쟁의 역사였다는 것이다. 슈나이더가 보기에 전사의 참모습은 만하임박물관에 소장된 조각가 헨리 무어의 작품 ‘방패를 든 전사’다. 이것은 전쟁 영웅으로 미화된 모습이 아닌, 왼팔과 왼다리, 두 눈이 없는 동상이다. 슈나이더는 평화를 외치면 평화가 찾아오리라는 기대에 대해 ‘순진하다’고 일갈하면서 세상엔 전쟁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는다. 군인은 점차 사라지고 무인전투기, 핵폭탄, 해커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듯하나 전쟁은 계속된다는 것이 그 근거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군인#슈나이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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