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 일부 발열 호소… 148명 아직 연락안돼 격리 난항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메르스 비상/감염의사 접촉 1565명 파악]
서울 등 지역사회로 4차감염 우려

소독 나선 행사장… 문 닫은 음식점 4일 밤 서울시 브리핑으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의사의 동선이 
공개돼 5일 서울 서초구 L타워(위쪽 사진) 건물관리자가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한편 이 의사가 가족과 함께 외식을 한 서울 
송파구 가든파이브의 해당 음식점은 5일 문을 닫았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소독 나선 행사장… 문 닫은 음식점 4일 밤 서울시 브리핑으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의사의 동선이 공개돼 5일 서울 서초구 L타워(위쪽 사진) 건물관리자가 소독약을 뿌리고 있다. 한편 이 의사가 가족과 함께 외식을 한 서울 송파구 가든파이브의 해당 음식점은 5일 문을 닫았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국내 35번째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도 ‘슈퍼 전파자’가 되는 것 아닌가.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 환자(38)가 지난달 30일 총 1700여 명이 모인 행사에 참석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메르스가 대거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35번 환자는 이날 오전에는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대강당에서 열린 심포지엄(150여 명 참석)에, 오후에는 서초구 강남대로 L타워에서 재건축조합 총회(1565명 참석)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메르스 감염자 중 35번 환자만큼 많은 사람이 모여 있던 공간에 머물렀던 사람은 없다.

이에 따라 5일 기준 총 41명의 환자(사망자 4명 포함) 중 경기 평택성모병원에서만 30명의 환자가 나온 것처럼 35번 환자가 참석했던 두 행사가 새로운 ‘메르스 진원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 기침, 재채기가 심했다면 지역사회 전파 우려

보건 의료 전문가들은 35번 환자의 증세 발현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서울시 측은 35번 환자가 지난달 29일부터 발열 등 증상이 시작됐고 30일에는 증세가 심해졌다고 밝혔다. 반면 35번 환자는 “지난달 31일 오후 3시 전까지는 증세가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주장처럼 35번 환자가 행사장에 있었을 때 기침, 재채기, 가래 등의 심한 증세를 보였다면 ‘비말(작은 침방울)’이 지속적으로 생성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통해 2m 이내에 있었던 사람들은 충분히 감염될 수 있었다는 뜻이다.

또 콧물 등을 손으로 닦는 과정에서 손에 바이러스가 묻고, 악수 등의 접촉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됐을 수 있다.

이 경우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참석하는 재건축조합 총회는 여러 지역에 본격적으로 메르스를 퍼뜨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행사에 참석했다 35번 환자에게 감염된 사람들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돌아가 가족, 친지, 직장 동료 등을 다시 감염시키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방지환 서울대 보라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소수의 감염자라도 지역사회에서 바이러스를 퍼뜨리기 시작하면 환자 수는 금방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공간’에 있었던 모든 사람을 접촉자로 규정하고, 격리하는 건 무리라는 지적도 많다. 메르스의 공기 중 전파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35번 환자와 2m 이상 떨어져 있던 사람들이 감염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김지은 한양대 구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 공기 중 전파가 가능하게 된 게 아닌 이상 2m 밖에 있었던 사람들의 감염은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증세가 있었더라도 약했다면 비말 양도 적었을 것이기 때문에 감염시킬 수 있는 사람 수도 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서울시, 자가 격리 대상자 관리에 어려움

35번 환자가 지난달 30일 참석한 재건축조합 총회에 모인 1565명 중 261명이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가 격리 조치를 하려면 해당 지자체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에 따르면 전날 시가 35번 환자와 직간접으로 접촉해 ‘위험군’으로 분류한 자가 격리 대상자 1565명의 거주지는 서울 1163명, 경기 211명, 그 외 지역 50명이다. 서울에서는 강남구 거주자가 698명으로 압도적으로 많고 서초구(114명) 송파구(81명) 동작구(29명) 성동구(25명) 순이다. 나머지 141명은 주소가 확인되지 않았으나 대부분 전화 통화를 통해 소재지가 파악됐다. 전체 참석자 가운데 전화 통화가 이뤄진 사람은 90.5%인 1417명(5일 오후 10시 현재)에 이른다.

서울시는 이들을 대상으로 자가 격리 통보를 추진하며 집중 관리에 들어갔다. 일일이 전화를 걸어 격리 대상자임을 알린 뒤 발열 등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는 소재 파악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확인한 대상자 가운데 일부는 이상 증세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재건축조합이 있는 강남구는 “당시 총회에 참석한 관내 거주민 수백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 2명이 발열 증세를 호소해 채혈하고 검체를 확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일선에서는 자발적인 자택 격리가 불가능해 사실상 강제적인 행정조치를 통한 자택 격리를 실시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 서울시의 자가 격리 대상자에 대한 세부 관리 기준인 ‘1인 1담당제’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1인 1담당제’는 자택 격리 대상자를 공무원이 ‘하루 2회 전화, 주 1회 이상 방문’해 이상 유무를 모니터링하는 것인데 구청 공무원들 사이에선 구체적인 지침을 전달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이세형 turtle@donga.com·우경임·황인찬 기자
#발열#격리#메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