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유산 등재, 유네스코 분위기 많이 달라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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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차관 현지 표정 소개
“한국의 전체역사 반영 입장… 위원국들에 알리고 협조 요청
韓日 타협안 내라는 요구 많아”

“한국이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을 설득한 이후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위원국들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한쪽을) 선택하지 않도록 해 달라’며 양국이 타협안을 만들라고 요청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 참석차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조태열 외교부 제2차관(사진)은 4일 파리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일본이 조선인 강제 노동 시설이 포함된 근대 산업 시설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조 차관은 “‘일본은 강제 노동이 포함된 전체 역사를 담아야 한다’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 보고서를 근거로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들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1월 후쿠오카(福岡) 현 기타큐슈(北九州)의 야하타(八幡)제철소, 나가사키(長崎) 현의 나가사키조선소 등 총 23개 근대 산업 시설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을 했고 이 중엔 총 5만7900명의 한국인(조선인)이 강제 동원된 7개 시설이 포함돼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산하 민간 자문기구인 이코모스는 지난달 공개한 평가보고서에서 “일본은 중공업 조선 탄광 등 몇몇 산업 시설과 관련된 복잡하고 광범위한 사회 정치적 변화를 제시하지 못했다. 자료를 충분히 보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조선인 강제 동원 사실이 포함된 ‘역사의 전모’를 알 수 있도록 하라는 의미다. 일본은 등재 신청을 하면서 해당 시설물들이 산업혁명에 기여한 기간을 메이지시대(1890∼1910년)로 한정하고 전시(戰時) 강제 동원이 이뤄진 제2차 세계대전(1941∼1945년) 기간을 언급하지 않는 꼼수를 부렸으나 이코모스가 이를 지적한 것이다.

조 차관은 “일본도 이코모스의 권고를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은 막강한 로비력을 이용해 ‘이번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실패하면 유네스코 탈퇴를 검토하겠다’, ‘유네스코 분담금을 가장 많이 내는 나라가 일본임을 잊지 마라’라는 식의 외교적 압력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근대 산업 시설 세계유산 등재 여부는 다음 달 3∼5일경 독일 본에서 열리는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는 그때까지 일본과 양자 협상을 벌여 합리적인 절충안을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표 대결로 가는 건 한일 양국 모두에 외교적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유네스코#조태열#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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