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원순 시장의 ‘메르스 정치’ 경솔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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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은 그제 밤 “지난달 29일부터 메르스의 경미한 증상을 보이고 30일 증상이 심해진 의사 A 씨가 이틀간 병원 근무와 함께 심포지엄 등 대형 행사에 참석하며 다수 사람들과 접촉했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35번째 감염자로 확진 판정을 받은 A 씨가 30일 저녁 1565명이 참석한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재건축조합 총회장에 참석했는데도 정부로부터 관련 정보를 제공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5월 31일 의심 환자 발생에 따른 정보를 공유했으며, 서울시와 접촉자 관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했다”고 반박했다. 문 장관은 “특정 모임의 참석자 명단을 감염 위험자로 공개할지에 대해 신중한 판단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당사자인 A 씨는 자신에게 메르스 증세가 나타난 것은 지난달 31일부터였다고 밝히고 재건축조합 행사에 대해서는 “잠시 들렀다가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기 시작해 금세 나왔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31일 심포지엄에 대해서도 A 씨는 서울시 설명과 달리 “참석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A 씨와 가장 많은 접촉을 한 그의 부인은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A 씨가 메르스 감염 위험성이 높은 상태에서 대규모 인원을 접촉하고 복지부는 그런 사실을 숨긴 것처럼 박 시장이 비난을 한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 서울시는 최소한의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더구나 A 씨가 관련된 재건축조합의 조합원 명단은 복지부가 아니라 서울시가 관할하는 구청이 갖고 있다. 서울시가 재건축총회 참석자들에게 연락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구청에 지시해서 명단을 받아 복지부에 넘겨주는 게 이치에 맞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명단을 갖고 있지도 않고 파악도 못하고 있다”고 힐난부터 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박 시장이 서울시민의 안전을 염려해 신속한 대응에 앞장서려는 뜻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문제일수록 중앙정부와 협의해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고 함께 조율하는 것이 책임 있는 일처리 방식이다. 야권의 대권 주자인 박 시장이 인기에 집착해 불필요한 혼선과 공포감을 심어주는 처신을 한다면 메르스를 지나치게 정치화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박 시장의 메르스 발언을 놓고 비판과 옹호로 편이 갈려 목청을 높이는 것도 볼썽사납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문제는 제쳐두고 정치적 싸움에나 빠져 있는 꼴이다. 여야는 사태 수습에 힘을 보태는 게 맞다.
#박원순#메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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