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영아시신 택배’ 보낸 30대 엄마 검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5일 21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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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2시 36분 서울 강동구 양재대로 강동우체국 1층 창구. 키 165㎝ 정도에 마른 체격의 A 씨(35·여)가 택배상자 한 개를 창구에 놓았다. A 씨는 여직원에게 송달료를 내고 사라졌다.
상자는 4일 오전 11시 반 전남 나주의 A 씨의 엄마 B 씨(60·여) 집에 배달됐다. 우체국 직원 정모 씨(50)는 집에 아무도 없자 B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B 씨는 일을 하던 중 전화를 받아 “상자를 집 마당에 놓고 가라”고 했다. 4일 오후 6시 반 귀가한 B 씨는 상자를 열어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안에 여자 영아의 시신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수사에 나선 전남 나주경찰서는 영아 시신이 수건과 검정색 체육복에 싸여있는 것을 확인했다. 상자에는 ‘저를 대신해 이 아이를 좋은 곳으로 보내주세요’라고 적힌 메모도 있었다. 시신에는 30㎝ 길이의 탯줄이 달려있었다.

경찰은 5일 서울 광진구의 한 실내 포장마차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던 A 씨를 검거했다. 조사 결과 A 씨는 결혼 직후 남편과 헤어졌으나 아직 법적 이혼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씨가 2005년 출산한 딸은 현재 그의 가족들이 키우고 있다. A 씨는 4, 5년 전 상경해 식당 종업원 등으로 일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휴대전화 요금을 내지 못해 착신불능이 될 정도로 빈곤했다는 것이 과거 이웃들의 진술이다.

경찰은 A 씨가 병원에 갈 돈이 없어 지난달 26일 쪽방에서 홀로 출산을 하다 영아가 숨지자 시신을 방에 놔두고 있다 택배로 고향 집에 보냈다. A 씨는 장례비가 없어 가족들에게 영아의 장례를 부탁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숨진 영아의 시신에서 외상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A 씨가 영아를 살해했는지, 아니면 출산하던 중 숨을 거두자 시신을 택배로 보낸 것인지 확인해 처벌키로 했다.

나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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