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난 고객 다독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단 들어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5일 16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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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 통첩 게임이라는 것이 있다. 참가자 두 명이 돈을 분배한다. 한 참가자가 돈을 어떻게 분배할지 제안하면 다른 참가자가 그 제안을 받아들이거나 거절할 수 있다. 만약 제안을 받은 참가자가 ‘거절’을 택하면 두 사람 모두 한 푼도 받지 못하지만 ‘수용’을 택하면 제안에 따라 돈을 벌 수 있다.

A와 B에게 100만 원이 생겼다고 하자. A는 B에게 돈을 어떻게 분배할지 제안할 결정권이 있고 B는 이를 수락하거나 거절할 수 있다. 만약 A가 자신이 90만 원을 갖고 B에게 10만 원을 주겠다고 하면 B는 이 제안을 수락할까, 아니면 거절할까? 이성적으로 판단한다면 이 제안을 무조건 수락하는 것이 옳다. 금액이 10만 원이든 20만 원이든 무조건 받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1982년 독일 경제학자 베르너 귀스 교수가 실시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제안자(A)가 평균 37%에 해당하는 몫을 수락자(B)에게 주겠다고 해야 B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인간이 불평등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보여주는 실험이다.

제안을 받은 사람이 거절한 이유는 무엇일까? 감정이 상해서다. 상대방이 90만 원을 갖고 내게는 10만 원밖에 주지 않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제안을 받은 사람은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불공정한 분배를 거부함으로써 기분 나쁜 감정을 표현하는 편을 택한다. 이 때 불공평한 제안에 대한 기분을 표현하게 하면 어떨까? 예를 들어 수락자가 거부 또는 수용을 선택하면서 “도대체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느냐? 금액이 너무 적다”는 불만을 글로 적어 제안자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하면 거부하는 비율이 줄어든다. 즉 불만을 글로 써서 표현하게 하면 감정이 누그러진다. 사람들은 실제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더라도 자신의 답답함을 토로하고 난 후에는 어느 정도 해소된 것처럼 느낀다.

이 실험은 감정이 상한 고객을 기업이 어떻게 응대해야 하는지에 대해 좋은 교훈을 준다. 해결해야 할 다른 문제가 있더라도 고객의 감정부터 알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정말 실망했겠어요”라고 말하면 상대의 감정에 공감한다는 뜻을 전달할 수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은 대화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버진아메리카 항공사 사례는 고객의 부정적인 반응에 대처하는 좋은 방법을 보여준다. 목적지 공항의 기상 악화로 승객들이 3시간 후에야 출발할 수 있다는 안내 방송을 들었을 때 한 승객이 카운터로 다가가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비행기가 늦게 출발하면 다른 공항으로의 환승시간을 놓쳐 중요한 회의에 참석하지 못할 것이라며 흥분했다. 그는 버진아메리카 항공사의 비행 지연이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며 고함을 질러댔다. 그러자 카운터의 한 직원이 고객의 말을 끝까지 들은 후 이렇게 대응했다. “실망하시는 점을 잘 알겠습니다. 다른 비행 편과 환승 비행기를 알아보고 제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습니다.”
이 같은 대응이 그 승객의 흥분을 가라앉힌 것은 물론 주위에서 듣고 있던 다른 승객들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고객이 화를 내며 불만을 얘기할 때는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고객이 자기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진심으로 공감해줘야 한다. 그러면 그 다음 단계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

오정환 미래경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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