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스페이더 “나쁘거나 착하기만한 역할은 심심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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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2’서 악당 ‘울트론’ 연기 제임스 스페이더 전화 인터뷰

미드 ‘블랙리스트’에서 범죄를 중개하는 범죄자 레드 레딩턴 역을 맡은 제임스 스페이더는 “위험하고 극적인 삶을 살면서도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레드에게 끌렸다”고 했다. 티캐스트 제공
미드 ‘블랙리스트’에서 범죄를 중개하는 범죄자 레드 레딩턴 역을 맡은 제임스 스페이더는 “위험하고 극적인 삶을 살면서도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레드에게 끌렸다”고 했다. 티캐스트 제공
배우 제임스 스페이더(55)를 가리켜 누군가는 ‘변태 여피(도시의 젊은 지식노동자층)’ 캐릭터 특화 배우라고 했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수긍이 간다. 1978년 데뷔한 그는 1989년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에서 관음증 환자를 연기해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세크리터리’(2002년)에서는 비서와 사디즘적 관계를 맺는 강박증 변호사를 연기했다. 에미상 남우주연상 3년 연속 수상이라는 진기록을 안긴 드라마 ‘보스턴 리걸’(2004∼2008년)에서는 괴짜에 호색한이지만 능력은 출중한 변호사였다.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뭔가 뒤틀린 인물들이었다.

1989년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에 출연한 제임스 스페이더(위 사진). 올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선 울트론 역을 맡았다. 구글이미지·호호호비치 제공
1989년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에 출연한 제임스 스페이더(위 사진). 올해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선 울트론 역을 맡았다. 구글이미지·호호호비치 제공
하지만 그의 2014년은 조금 달랐다. 블록버스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악역 울트론으로 캐스팅돼 모션캡처 방식으로 희대의 악당을 연기했다. 미국 NBC 드라마 ‘블랙리스트’에서는 전 세계의 범죄 중개인으로 암약하다 돌연 FBI에 협조하겠다고 나서는 베일 속의 인물 레드 레딩턴을 연기했다. 데뷔 시절 여심을 울리는 섬세한 미남에서 다소 넉넉한 인상의 중년으로 변한 그의 외모만큼 연기에도 변화가 있는 걸까. ‘블랙리스트’ 시즌2 촬영을 마치고 미국 뉴욕에서 휴식하고 있는 그를 지난달 28일 오후 전화로 만났다.

―‘보스턴 리걸’ 출연 뒤 “드라마는 촬영이 너무 많아서 앞으로 하고 싶지 않다”고 했었는데 다시 드라마 주연을 맡았다.

“원래는 시즌당 에피소드가 적은 케이블 드라마에 출연하려고 했다. 여유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블랙리스트’의 인물과 줄거리에 강하게 끌렸다. 작년엔 드라마 촬영이 없을 때 ‘어벤져스’ 촬영까지 해야 했다. 일이 많은 건 행운이지만 올해는 ‘블랙리스트’ 시즌3 촬영 전까지 쉬고 싶다.”

―울트론이나 레드 레딩턴 모두 단순한 악당은 아니다.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나쁘거나 착하기만 한 인물을 연기하는 건 재미없다. 어떤 인간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그래서 관객이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는 역할이 훨씬 흥미롭다. 늘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인물을 연기하려 한다.”

―평범하지 않은 인물들을 많이 연기해왔는데, 혹시 배우 본인의 성향이 반영되는 것인가.

“글쎄, 보통은 나 자신이 반영되는지도 모를 정도로 역할에 집중하는 것 같다. 나의 가치관이나 생각이 그 역할을 침범하지 않도록 나로부터 그 역할을 보호하려고 애쓴다.”

―‘어벤져스’가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였다.

“‘어벤져스’ 촬영할 때 딱 하나 아쉬웠던 점이 한국에 못 갔다는 거다. 원래는 갈 예정이었는데 ‘블랙리스트’ 촬영과 겹쳤다. 정말로 실망했었다. 다음에 일이 아니라 개인 여행으로 가보고 싶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제임스 스페이더#어벤져스2#울트론#블랙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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