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방미 앞두고 ‘남중국해 암초’ 돌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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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국, 남중국해 분쟁에 목소리 높여야” 압박성 발언
러셀 美차관보 입장표명 요구 파장

“세네갈 11조원 인프라 사업, 한국 참여 협력” 박근혜 대통령과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왼쪽)이 4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교통 인프라 구축 등 101억 달러(약 11조 원) 규모의 ‘세네갈 도약계획’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추진하기로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이날 양국 정상은 외교협의체 구성과 통상 및 투자 분야 확대 등 3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세네갈 11조원 인프라 사업, 한국 참여 협력” 박근혜 대통령과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왼쪽)이 4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교통 인프라 구축 등 101억 달러(약 11조 원) 규모의 ‘세네갈 도약계획’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추진하기로 합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이날 양국 정상은 외교협의체 구성과 통상 및 투자 분야 확대 등 3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 정부 고위 관리가 한국에 미국 입장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해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이달 16일 미 워싱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발언이어서 미중 사이에 놓인 한국 정부의 외교력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3일(현지 시간)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공동 주최한 한미전략대화 세미나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

한국이 다시 한번 미국과 중국의 동아시아 패권 경쟁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니엘 러셀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3일(현지 시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한국의 역할을 공개적으로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과 미국이 추진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문제에 이어 또다시 미중 양국의 이익이 충돌하는 첨예한 지점에서 선택을 요구받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 기조를 감안하면 러셀 차관보의 언급은 어느 정도 예견된 측면이 있다. 미 정부와 의회는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영토 확장 야욕을 막기 위해서는 동맹국과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1일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을 ‘팔꿈치 공격’에 비유하며 비판했고,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같은 날 중국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남중국해 공해상에서 군사작전을 계속하겠다고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미 연방 하원 군사위원회 소위원장인 랜디 포브스 의원(공화·버지니아)도 지난달 26일 외교안보 전문지인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에 실은 기고문에서 “남중국해에 대해 어떤 주장도 하지 않고 있는 일본 같은 국가와 국제기구 등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이 문제를 다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동맹국들의 관심을 촉구했다는 점에서 3일 러셀 차관보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남중국해 문제를 외교와 대화, 국제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해 온 만큼 전략적 가치를 공유하는 동아시아 동맹국들을 결집하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역사적인 관계와 지리적 근접성으로 인해 중국을 경원시하고 마냥 미국 편을 들 수만은 없는 한국에까지 협조를 요청한 것은 이 문제에 대한 미 정부의 심각한 인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러셀 차관보는 존 케리 국무장관과 함께 중국과 한국을 방문한 뒤인 지난달 21일 외신기자들과의 회견에서도 이 지역에서 미군의 정찰 활동을 비난하는 중국을 향해 “남중국해에서의 정찰 활동은 정상적인 임무다. 모든 나라가 항해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으며 미군의 임무를 막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 측에서는 이달 16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박근혜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과연 논의될지, 된다면 어느 정도 비중 있는 의제로 다뤄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북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에 대한 대응이 가장 중요한 의제가 되겠지만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안보 현안으로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한국의 역할과 기여가 비중 있는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 관계자들은 “러셀 차관보가 정면으로 제기하지 않은 만큼 비중을 두고 검토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워싱턴=신석호kyle@donga.com·이승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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