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택동]친박의 앞뒤 안맞는 ‘유승민 때리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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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택동·정치부
장택동·정치부
국회법 개정안 논란이 커지면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를 겨냥한 친박(친박근혜)계의 사퇴 공세가 거세다. 김태흠 이장우 의원 등 일부 친박 의원은 비박(비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유 원내대표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서청원 이정현 최고위원, 윤상현 노철래 의원 등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친박계 총궐기’로 보인다.

친박계의 유 원내대표 때리기의 주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 과정에서 야당에 끌려다니며 실리를 내줬다는 것. 둘째는 청와대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반대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를 놓고 “(유 원내대표에게) 속았다”는 말까지 나온다.

2월 유 원내대표가 취임한 이후 당내에서 대야(對野) 협상력에 대한 불만이 종종 불거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 대한 친박계의 비난은 지나쳐 보인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우선 역점 과제였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체제에서 야당 동의 없는 법안 통과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현실이다. 표결 직전 의원총회에서 유 원내대표에게 협상 전권을 위임한 것도 이 같은 상황에 대한 고려였을 것이다. 국회법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진 친박계 일부가 이제 와서 “차라리 공무원연금 개혁을 포기했어야 했다”고 주장하는 건 무책임하다.

언필칭 ‘친박’ 의원들이 “청와대 기류를 몰랐다”고 항변하는 것도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지난달 28일 밤 마지막 의총을 열기 전에 청와대의 의중을 파악해볼 수는 없었을까. 지난달 6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가 문제가 됐을 당시 친박계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반대하며 여야 협상을 무산시켰다.

유 원내대표 성토의 배경에 대해 한 친박계 의원은 “청와대와 여당 원내대표가 이슈마다 충돌해서는 내년 총선을 제대로 치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친박계가 원내대표가 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들린다.

정치판에서 정파 간 주도권 다툼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시기와 명분이 있어야 한다. 먼저 국회법 개정안으로 혼란스러운 정국을 정리하고,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으로 불안해하는 민심을 수습한 뒤에 따져도 늦지 않다.

장택동·정치부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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