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폭증 가능성 낮지만… 방역은 최악상황 가정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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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비상/확산 차단 어떻게]전문가들이 보는 확산 가능성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발생이 멈출 줄 모른다. 4일에도 6명의 환자가 추가됐다. 6명 가운데 3명은 2차 감염자이고, 3명은 2차 감염자인 16번 환자와 14번 환자에게서 전염된 3차 감염자다. 3차 감염자가 계속 나오고 있는 모양새다. ‘환자 발생이 하루도 중단된 날이 없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학계와 당국의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이 빗나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갖는 국민이 늘고 있다. 메르스의 원인 바이러스인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MERS-CoV)의 변종을 의심하고 있다.

○ 변종 여부 이르면 오늘 발표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4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질병관리본부에서 조사 중인 메르스 바이러스 유전자 조사 결과가 이르면 내일 나온다”고 발표했다. 이 조사 결과는 바이러스 변이 가능성과 관련해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변이가 일어났다면 메르스 바이러스가 ‘원조’ 격인 중동 바이러스와 다르다는 뜻이다. 즉, 중동의 경우와는 다른 감염 양상이 벌어질 수 있고, 이에 따라 방역 대책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얘기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RNA를 유전자로 갖고 있는 바이러스다. RNA바이러스는 DNA바이러스에 비해 구조가 불안정해 변이가 잘 생긴다. 메르스 바이러스와 사촌 격인 사스 바이러스도 처음 중국에서 발병해 변이가 생기면서 감염력이 증가됐다.

메르스 바이러스는 유전자 염기서열이 3만 개에 이른다. 유전자 변이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국내 감염 환자에게서 채취한 바이러스와 중동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모두 비교해야 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미 주요 유전자(core group)를 비교해 중동과 동일하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하지만 더 정확한 검사를 위해서는 3만 개 모두를 비교해야 한다.

엄중식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변이는 감염 빈도가 높아져야 가능성이 올라간다. 현재 국내 환자가 적어 변이 가능성은 확률적으로 낮다”고 예상했다.

○ 3차 감염 얼마나 나올까

많은 사람이 우려하는 것은 3차 감염자가 양산될 가능성이다. 첫 환자가 4일까지 20여 명을 2차 감염시킨 것과 같은 전염력으로 2차에서 3차로 연쇄 감염이 이어지면 그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이다.

메르스는 앞으로 2∼3주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3차 감염자가 대량 발생하지 않는다면 사태는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재갑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제부터는 2차 감염자에게 노출된 3차 감염이 우려되는 사람들의 잠복기를 계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감염 위험에 노출돼 격리되는 인원보다 격리에서 해제되는 사람이 더 많으면 환자 수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3차 감염이 광범하게 이뤄져 지역사회로 번지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방역 계획은 항상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짜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퍼지고 있는 메르스 괴담과 과민반응은 이런 최악의 상황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자구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현재 3차 감염자의 증가 추세는 더디다. 경기 P병원에서 집단 2차 감염이 일어난 뒤 퍼진 2차 감염자가 옮긴 3차 감염자는 4일 현재 총 6명뿐이다. 오명돈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는 “만약 변이가 생겨 P병원처럼 환자를 양산하고 있다면, 한 환자가 10명씩만 옮겨도 현재 1000명이 넘는 환자가 생겼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3차 감염의 폭증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엄 교수는 “3차 감염의 경우 2차보다 감염력이 약해진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현 단계에서 혹시 발생할지 모를 지역사회로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선제적 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주문한다. 김홍빈 분당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환자 접촉자들이 지켜야 할 수칙을 잘 지킬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자가격리의 경우에도 가족과의 접촉을 피하는 등 수칙을 잘 지켜야 감염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기본으로 돌아가 지금까지 나온 원칙들을 지키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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