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녕]안철수 대선 출마 하든 말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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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그제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공개적으로 차기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출마 여부를 묻는 청취자와 사회자의 세 번에 걸친 질문에 두 번까지는 아리송한 답변으로 피해가다 세 번째에는 “그럼요”라고 분명하게 답했다. 아직 대선까지 2년 반도 더 남은 시점에 안 의원의 입에서 ‘출마’ 얘기가 나오니 해석이 분분하다. 국민은 무덤덤한데 주식시장에서 ‘안철수 테마주’들은 일제히 상한가를 쳤다.

▷발언이 화제가 되자 안 의원 측은 “침소봉대하는 측면이 있다. 크게 의미를 둘 얘기는 아니다”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작심하고 한 의도성 발언이 아니라 질문이 집요해 어쩔 수 없이 진심을 말한 것뿐이라는 투다. 옹색하다. 오해를 낳지 않으려면 끝까지 확답을 피하는 게 현명했다. 안 의원은 전날 정대철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을 만나 “제대로 다음 대선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도 별 의미 없이 그저 해본 것인가.

▷안 의원에게 따라붙는 대표적인 수식어는 ‘우유부단(優柔不斷)’이다. 2012년 대선에 임박해서까지 출마 여부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은 채 “내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내게 주어지는 것”이라는 식으로 줄곧 애매한 태도를 보인 업보다.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에게 우유부단하다는 평가는 치명적이다. 안 의원 본인은 우유부단을 인정하지 않지만 세인(世人)이 그렇게 본다는데 어쩔 건가. 라디오에서 “그렇다”고 내지른 안 의원의 도발적 답변도 혹시 이런 부정적 이미지를 바꿔 보려는 고도의 계산은 아니었을까.

▷안 의원은 새정치연합의 1박 2일(2, 3일) 국회의원 워크숍에 불참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당 대표까지 지낸 사람이 위기 탈출의 활로를 모색하려는 당의 공식 행사에 동참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 와중에 ‘대선 출마’까지 공식화했다. 대선 라이벌인 문재인 대표와 따로 가겠다는 의사 표시인가. 안 의원이 새정치연합의 간판으로 대선에 나설 의향이라면 먼저 당을 살리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이 순리다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안철수#대선 출마#우유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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