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왕 불맛 내려 프라이팬 100개 태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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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개발팀이 밝힌 뒷얘기

농심의 ‘짜왕’ 개발에 참여한 오상철·이석재·강창원 연구원(왼쪽부터)이 3일 서울 동작구 농심 본사에서 제품을 보여주며 웃고 
있다. 농심은 짜왕이 국내 라면 중 5번째로 ‘연 매출 1000억 원 클럽’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농심의 ‘짜왕’ 개발에 참여한 오상철·이석재·강창원 연구원(왼쪽부터)이 3일 서울 동작구 농심 본사에서 제품을 보여주며 웃고 있다. 농심은 짜왕이 국내 라면 중 5번째로 ‘연 매출 1000억 원 클럽’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농심이 올해 4월 내놓은 짜장라면 ‘짜왕’이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식품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짜왕이 농심의 영업이익을 최대 10%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농심은 짜왕의 5월 매출이 100억 원(출고가 기준)을 돌파했다고 3일 밝혔다. 라면업계에서는 통상 신제품의 월 매출액이 20억∼30억 원이면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짜왕은 굵은 면발로 유명한 농심의 ‘너구리’보다도 굵은 3mm의 면발과 함께 진한 풍미의 짜장소스로 ‘중국집 간짜장’맛을 잘 재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일부 소매점에서는 품절 사태가 벌어졌고 인터넷에는 ‘짜장계의 허니버터칩’ ‘중국집 사장님을 긴장케 하는 맛’ 등의 시식기가 2000여 건이 올라왔다. 농심은 경기 안성과 부산공장뿐 아니라 신라면을 만드는 경북 구미공장까지 동원해 짜왕 생산라인을 24시간 풀가동 중이다.

농심은 짜왕이 올해 ‘연 매출 1000억 원 클럽’에 진입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현재 연 매출이 1000억 원 이상인 라면은 신라면 너구리 안성탕면 짜파게티 등 네 가지다. 농심 내부에서는 “1986년 신라면 출시 이후 29년 만에 히트 라면이 나왔다”며 고무적인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식품업계와 증권가의 평가도 호의적이다. 한 식품업계 전문가는 “짜왕이 처음 나왔을 때는 기존 짜장라면 시장 1위인 짜파게티의 시장점유율을 깎아먹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며 “하지만 요즘에는 1500원짜리 짜왕이 900원짜리 짜파게티를 대체하면 농심의 매출과 이익이 크게 늘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증권은 최근 짜왕이 짜파게티의 판매량을 단순 대체하기만 해도 농심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10%가량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짜왕 개발은 2013년 ‘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끓인 면) 열풍이 불던 때 시작됐다. 당시 농심 내부에도 ‘제 살 깎아먹기’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농심은 소비자들이 고급 짜장라면을 원하는 상황에서 신제품을 내놓지 않으면 다른 업체에 시장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 개발을 강행했다. 그리고 단순한 짜장라면이 아닌 ‘중국집 간짜장’에 가까운 제품을 개발하기로 하고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특히 짜파구리는 짜장수프에 너구리의 매운 맛 수프를 넣었다는 점에 착안해 짜왕에도 은은한 매운 맛을 나게 했다. 윤상혁 스프개발팀장은 “양파 마늘 대파 등 매운 맛 채소를 이용해 중국집 간짜장의 불맛을 재현했다”고 말했다.

개발팀은 여기에 100개가 넘는 프라이팬을 폐기 처분해가며 ‘불맛’을 더했고 다시마 우린 물을 넣은, 쫄깃한 면발을 만들어냈다. 농심 관계자는 “짜왕은 기업의 힘은 혁신적 신제품에서 나온다는 점을 다시 알게 해준 제품”이라고 자평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짜왕#불맛#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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