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UEFA 반발·비리에 막내린 ‘블래터 천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6월 4일 05시 45분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블래터 FIFA 회장 자진 사퇴 배경

회장선거 후에도 반 블래터 진영 공세
FIFA 2인자 발케 총장 비리수사 부담
내년 새 회장 선출…새 바람 불지 관심


제프 블래터(78·스위스·사진)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돌연 사퇴했다. 블래터 회장은 3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 FIFA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임이 결정됐지만 모두의 지지를 받는 데 실패했다. FIFA 재건을 위해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블래터 회장은 지난달 30일 FIFA 총회에서 실시된 회장 선거에서 경쟁상대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의 중도 포기로 재신임을 받았다. 그러나 유럽축구연맹(UEFA) 등 ‘반 블래터’ 진영의 거센 반발과 미국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FIFA 임원들에 대한 비리혐의 수사에 부담을 느껴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1998년부터 이어온 블래터 회장의 장기 집권은 막을 내리게 됐다.

● 돌연 사퇴의 배경은?

블래터 회장이 스스로 자리를 내놓기로 결정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는 지난주 FIFA 총회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나를 공격한 이들을 용서하겠지만, (최근 일어난 일들을) 잊지는 않겠다. FIFA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수락 연설을 했다. 비리 연루설에 시달리고 있지만, 자리를 지키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블래터 회장은 4일 만에 입장을 바꿨다. 회장 선거가 끝난 뒤로도 미셸 플라티니(60·프랑스) UEFA 회장 등 반대진영은 블래터를 향한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UEFA는 “2018러시아월드컵 예선에는 참여하지만, FIFA 집행위원회 활동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또 일각에선 UEFA가 FIFA를 탈퇴하고, 그에 대항할 새 기구를 창설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반 블래터’ 운동에 부담을 느낀 듯하다. 최측근의 비리 연루설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FIFA의 ‘2인자’ 제롬 발케(55·프랑스) 사무총장은 2010남아공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약 1000만달러(약 111억원)의 뇌물을 수수해 일부 집행위원들에게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FIFA의 비리를 수사하고 있는 미국 검찰은 블래터 회장의 승인을 받아 발케 총장이 돈을 건넸을 것으로 보고 있다. FIFA는 이를 부인했지만, 만약 발케 총장이 수사를 받게 되면 블래터 회장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이 때문에 블래터 회장이 큰 부담을 느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 FIFA에 새 바람 불까?

블래터 회장이 자리를 내놓으면서 FIFA에 어떤 변화의 바람이 불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FIFA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못지않은 위상을 자랑하는 국제스포츠단체다. 단일종목으로는 세계 최고의 이벤트인 월드컵을 개최하고 있다. 그 덕에 다양한 스폰서 유치와 TV 중계권 등의 마케팅 활동을 통해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다. 그렇다보니 검은 돈 거래가 적지 않다는 루머가 파다했다. ‘FIFA 집행위원이 되면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도는 근거다.

FIFA 집행위원들이 비리에 연루된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과거에도 월드컵 유치 등과 관련해 로비를 받아 당국의 조사를 받은 집행위원들이 있었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 유치 과정에서 로비 정황이 드러나 당시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으로 FIFA 집행위원회에서 활동한 모하메드 빈 함맘(66·카타르) 회장이 물러나기도 했다.

차기 회장 선거는 FIFA 정관에 따라 이르면 올해 12월, 늦어도 내년 3월 이전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새 회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FIFA의 방향성이 결정된다. 블래터 회장 측근이 당선되면 변화는 쉽지 않다. ‘반 블래터’ 진영에서 집권하면 ‘마피아’로도 불린 FIFA의 민낯이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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