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인듯 UHD 아닌 TV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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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도 낮춘 ‘3K’ 짝퉁 논란

《 최근 해외 직접구매(직구)를 통해 초고화질(UHD) TV를 사기 위해 구체적인 사양을 살펴보던 박모 씨(35)는 복잡한 TV 해상도 숫자에 혼란스러워졌다. 그동안 그는 가로, 세로 화소수가 각각 3840, 2160개인 ‘4K’ 해상도만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같은 UHD TV 타이틀을 달고 사실상 해상도가 2880×2160인 제품도 있어 무슨 차이가 있는지 궁금했다. ‘K’는 1000을 뜻하는 단위(Kilo). 4K는 4000을 의미한다. 가로선 한 줄에 화소가 약 4000개에 이른다는 의미로 3840개를 반올림해서 부르기 편하게 4K라고 하는 것이다. 박 씨는 “2880×2160은 4K가 아닌 3K에 가까운 건데 같은 UHD TV로 봐도 되는 건지 기준이 모호하다”고 말했다. 》  
최근 디스플레이 패널을 4K가 아닌 3K 수준으로 낮추고 가격도 함께 내린 ‘저가형 UHD TV’를 판매하는 업체들이 중국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이를 두고 전자업계에서는 기술 혁신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동시에 사실상 ‘짝퉁 UHD’가 아니냐는 상반된 시선이 공존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TV 패널은 적색(레드·R), 녹색(그린·G), 청색(블루·B)의 3개 서브픽셀이 합해져 화소 하나를 만들고 색을 낸다. 빛의 삼원색인 RGB가 모두 켜지면 흰색이 된다. 레드와 그린만 켜지면 노란색이 나온다.

반면 최근 나온 저가형 UHD TV는 RGB 서브픽셀 일부를 흰색(화이트·W)으로 바꾼 ‘RGBW 방식’이다. 순수 RGB 화소는 줄어드는 대신 밝기를 개선한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RGBW는 뒤에서 빛을 내는 백라이트 부품을 줄일 수 있어 원가를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전자업계 일각에서는 RGB로 구성되는 화소수가 부족해 4K 해상도의 4분의 3 수준만 구현해 낸다는 비판도 나온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RGBW 방식에서는 흰색 픽셀이 중간에 끼어 있기 때문에 선을 표현할 때 직선이 아니라 점선으로 보이게 된다”며 “RGB 화소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흰색을 제외한 다른 색의 밝기가 떨어지고 색을 균일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3K UHD TV를 둘러싼 논란은 해외에서 먼저 시작됐다. 중국가전협회는 최근 “대만산 RGBW 패널을 사용한 이른바 ‘가짜 4K TV’가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며 “이들 패널이 UHD의 3840×2160 해상도를 충족시키지 못해 소비자들의 불신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독일전기기술자협회(VDE)도 지난해 3월 RGBW 패널을 사용한 UHD TV 제품들을 테스트한 뒤 “UHD의 해상도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제품”이라는 검증 결과를 내놓았다. 미국 가전협회인 CEA와 유럽 가전업체 모임인 DE 역시 “RGB가 아닌 서브픽셀을 해상도에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고 밝히고 있다. DE는 별도 인증 로고를 만들어 실제 4K UHD TV에만 로고를 부여하고 있다.

아직 국내 시장에는 3K 수준의 UHD 제품이 판매되지 않고 있지만 북미나 유럽과 같은 UHD TV 관련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등이 주도하는 UHD얼라이언스는 올해 하반기(7∼12월) 중 4K 인증로고를 만들어 실제 4K 제품에만 부착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자업계 일각에서는 그만큼 가격을 낮췄기 때문에 UHD TV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긍정적 시각도 있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화소수가 많고 화질이 뛰어나더라도 결과적으로 비싼 가격 때문에 소비자들이 외면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결국 선택은 소비자 몫”이라고 강조했다.

패널 출고가를 기준으로 3K 제품은 4K 제품보다 가격이 15% 정도 저렴하다. 실제 판매 가격은 제조사들의 가격전략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일부 중국 업체들은 3K 패널을 채용하고도 경쟁사 4K 제품 수준의 가격을 책정하기도 한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UHD#TV#3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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