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국민 스포츠로 변신… 저변확대 탄력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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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소년체육대회 정식종목 첫 참가-2016년 전국체전 채택
앞으로 체육회서 지원금 받게 돼… 초중고 바둑부 창설 활성화 기대
소년체전 바둑, 서울이 종합 우승

바둑이 제44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제주 서귀포생활체육문화센터에서 16개 시도 바둑 대표 선수들이 열띤 경합을 벌이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바둑이 제44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제주 서귀포생활체육문화센터에서 16개 시도 바둑 대표 선수들이 열띤 경합을 벌이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바둑은 그동안 도(道)요, 예(藝)에 가까웠다. 그래서 ‘선수’보다는 ‘사범’으로 불리기를 좋아하는 프로 기사들도 여전히 많다. 반면에 ‘바둑의 스포츠화만이 살길’이라며 대한바둑협회를 대한체육회 산하단체로 가입시키는 노력도 계속됐다.

올해 바둑은 스포츠로 한걸음 더 다가섰다. 지난달 30, 31일 제주도에서 열린 제44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 바둑이 정식 경기종목으로 처음 참가했기 때문이다. 내년 전국체전 정식종목 참가도 결정돼 ‘마인드 스포츠’로의 길이 탄력을 받게 됐다. 바둑이 국민적 스포츠로 의 변신을 인정받게 됐다는 뜻이다. 강영진 대한바둑협회 전무는 “앞으로는 대한체육회 등으로부터 경기력 향상 지원금을 받게 되고 초중고에 바둑부가 새로 생겨 바둑의 저변도 크게 넓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우수 선수상 수상자. 왼쪽부터 윤예성(백산중 1),이의현(응암초 6), 이우주(대림초 5), 유주현(행당중 3).
최우수 선수상 수상자. 왼쪽부터 윤예성(백산중 1),이의현(응암초 6), 이우주(대림초 5), 유주현(행당중 3).
대회 첫날인 30일 서귀포시 월드컵경기장 인근 서귀포생활체육문화센터. 육상 수영 축구 복싱 사격 등 다른 소년체전 종목처럼 바둑 단체전이 열렸다. 종목은 초등부 남녀단체전과 중등부 남녀단체전 등 4개. 경기 방식은 3명이 팀을 이뤄 겨루는 단체전. 토너먼트 방식. 16개 시도(세종시는 불참)의 대표 선수 192명은 고향의 명예를 걸고 금메달을 따기 위한 열띤 경합에 들어갔다.

전남팀 한종진 총감독(프로 9단)은 경기직전 소속 선수 12명을 불러 모으고 주의사항을 거듭 강조했다.

“초읽기에 들어간 뒤에는 화장실에 한번만 갈 수 있어. 2번 가면 반칙패야. 또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가 적발되거나 경기 중 우리 팀 관계자들에게 말을 걸어도 역시 반칙패야. 알았지. 자, 파이팅!”

각 팀 감독들은 경기 규정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이날 하루 반칙패가 2개나 나왔다. 경기 남자초등학교 선수 이연 군(광명 북초등학교 6년)은 반상에 올린 바둑돌을 옮겼다는 상대 선수의 항의를 받았다. 김수장 심판위원장과 이현욱 심판(프로 8단)은 “바둑돌이 반상에 닿으면 그 자리에 놓아야 돼. 손을 떼지 않았더라도 다른 쪽에 옮기면 반칙패야”라고 설명한 뒤 반칙패를 선언했다. 이 군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다행히 다른 두 선수가 승리해 경기팀은 8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경기팀은 결승에서 서울팀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여자 초등부에서도 같은 이유로 반칙패가 나왔다. 일부에서는 “프로 바둑의 경우 돌이 반상에 닿더라도 손을 떼지 않고 옮기면 반칙패가 아닌데 소년체전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제대로 홍보가 안 된 것 같다”는 지적도 나왔다.

객석에서는 가족들이 숨죽이며 경기를 지켜봤다. 일부 선수들은 눈가가 붉어진 채 경기장을 빠져나왔고, 일부는 어머니와 가족의 품에 안겨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바둑이 소년체전 첫 정식종목으로 참가한 만큼 프로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김성룡 9단, 박지은 9단, 이다혜 4단이 심판으로 참가했다. 또 장수영 제주총감독, 한종진 전남 총감독, 옥득진 대전 남자중학 감독, 이성재 충북 남자초등 감독, 김현섭 충남 총감독, 강만우 경북 남자중학 감독. 오규철 광주 경기임원, 유동완 서울 감독, 유경민 대구 경기임원, 이재웅 인천 경기임원 등 프로들이 경기를 참관했다.

김성룡 프로는 “그동안 서울이 강세였지만 지역 영재 선발과 지역연구생 제도가 확대되면서 지방 바둑도 크게 활성화될 것 같다. 대전 전북 대구가 다크호스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박종오 경기바둑협회 전무는 “바둑의 스포츠화는 이제 본격적으로 첫걸음을 옮겼다. 앞으로 바둑계도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회 이틀째인 31일 결승전이 끝난 결과 서울이 남자초등부, 여자초등부, 여자중학부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남자 중학부에선 전북이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최우수 선수상은 남자중학부에선 윤예성(부안 백산중 1), 여자중학부 유주현(서울 행당중 3), 남자초등부 이의현(서울 응암초 6), 여자초등부 이우주 선수(서울 대림초 5)가 받았다.

서귀포=윤양섭 전문기자 lailai@donga.com
#바둑#전국소년체육대회#정식종목#전국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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