司正수사 재개… 분양대행-폐기물 업체 정관계 로비혐의 포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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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대형 건설사 수주비리’ 압수수색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로 주춤했던 검찰의 정치권 사정(司正) 수사가 재개됐다.

부동산 분양대행 업체와 건설 폐기물 수집 업체 등이 대형 건설사 수주 물량을 늘리기 위해 비자금을 조성해 정·관계에 로비를 했다는 혐의를 포착해 전방위 수사에 나서면서 정치권이 다시 긴장하고 있다.

○ ‘미다스의 손’ ‘건설 단체 고위직’ 동시 겨냥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4부(부장 배종혁)는 이날 검사와 수사관 30여 명을 투입해 부동산 분양대행업체 I사 김모 대표와 건설폐기물 업체 H사 대표 유모 씨의 자택과 사무실 등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했다.

분양대행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김 씨는 2008년부터 최근까지 대형 건설사에서 분양·투자대행 계약 40여 건을 수주했다. 최근에는 서울 경기 일대에서 만성 미분양 아파트를 대거 분양에 성공시키면서 업계에서 이름을 날렸다. 검찰은 I사 매출 규모가 수년 새 100억 원대로 급성장한 배경에 정치권 인사들과의 친분이 작용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경기 지역에서 건설폐기물 처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유 씨는 폐기물 처리 용역을 따내는 과정에서 정·관계에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건설폐기물 처리업은 2004년 이전까진 건설 공사에 뒤따르는 재하청 용역 수준으로 인식돼 왔지만 2005년 관급 공사의 폐기물 처리 용역을 분리 발주하도록 한 ‘건설폐기물의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특히 건설폐기물을 재활용한 골재를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의무화되면서 폐기물 처리업체의 계약 수주에 정치권과 공공기관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커졌다.

검찰은 유 씨가 H사 외에도 경기 용인시 G사 등 관련 업체 여러 곳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 중 일부 회사는 비자금 조성을 위한 ‘특수 목적’으로 설립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 재활용 골재 의무 사용 입법 로비?

유 씨는 2011년경부터 지난해까지 동종 업계에 입김을 미치는 관련 단체 2곳에서 동시에 고위직을 지냈다. 두 단체는 폐기물 처리업체의 용역 능력을 평가하고 이행 상황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협회의 평가와 조합의 조사 결과는 대형 건설사들이 건설폐기물 처리 용역을 발주할 때 주요 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폐기물 처리업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검찰은 유 씨가 다른 업체들의 용역 수주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금품을 챙겼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특히 유 씨가 재활용 골재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공사의 범위와 사용량 비율을 확대시키기 위해 단체 차원에서 로비를 벌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유 씨가 건설폐기물 처리 관련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및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 등과 접촉했는지 조사 중이다.

재활용 골재 의무 사용 비율이 확대되면 건설폐기물 처리업계의 매출 규모가 급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관련 업체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의 고시에 따르면 관급 공사에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재활용 골재의 비율은 2008년 전체 사용량의 15%에서 올해 35%로 높아졌고, 2016년엔 40%가 된다.

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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