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홈런 보려고 휴가… 외야석 사흘치 샀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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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민들 ‘이승엽 기대감’ 폭발… 경기 2시간 전부터 외야 쪽 줄 서
2일 오전 9시 내야보다 먼저 매진… 李, 8회 아쉽게 담장 때리는 장타

LG 나성용-NC 나성범 대포 한발씩… 적으로 만난 형제, 동시 홈런은 처음

이승엽 효과가 포항구장을 강타했다. 삼성과 롯데의 경기가 열린 2일 포항구장은 ‘국민타자’ 삼성 이승엽의 개인 통산 400홈런을 지켜보려는 팬들로 성황을 이뤘다. 홈런 공을 주우려는 팬들이 몰리면서 이례적으로 외야 관중석이 먼저 채워졌다. 포항=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승엽 효과가 포항구장을 강타했다. 삼성과 롯데의 경기가 열린 2일 포항구장은 ‘국민타자’ 삼성 이승엽의 개인 통산 400홈런을 지켜보려는 팬들로 성황을 이뤘다. 홈런 공을 주우려는 팬들이 몰리면서 이례적으로 외야 관중석이 먼저 채워졌다. 포항=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삼성 이승엽(39)이 불러온 프로야구 사상 첫 400홈런의 열기가 경북 포항을 뜨겁게 달궜다.

삼성과 롯데의 경기가 열린 2일 포항야구장. 경기가 열리기 2시간 전인 오후 4시 30분, 오른쪽(1루쪽) 외야석 출입구에는 20여 명의 팬이 줄을 서 있었다. 안전요원은 “외야석에 이렇게 길게 줄을 서는 일은 드물다”고 말했다.

“회사에 3일 휴가를 내고 3일 치 외야석 입장권을 예매했습니다.” 경북 경주에 사는 이상국 씨(39)는 여름휴가 대신 이승엽의 400홈런을 보기로 했다. 삼성 팬인 그는 “홈런 공을 잡는 것도 좋지만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야구장을 찾은 전세웅 씨(36)는 “포항 사람 전부 이번 경기는 꼭 봐야 한다고 난리다”라며 웃었다.


포항구장의 외야석 입장권 1500장(좌우측 각 750장)은 전날 오전 9시경 모두 팔렸다. 삼성 관계자는 “외야석부터 매진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2003년 이승엽의 아시아 한 시즌 최다 신기록 홈런(56호)을 기다리던 때 벌어졌던 일이 똑같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4시 반부터 관중을 입장시킨 오른쪽 외야석은 경기 한 시간 전 이미 관중으로 꽉 찼다. 대기록을 보기 위해 찾아온 총관중은 1만1359명.

양 팀의 더그아웃도 400홈런에 대한 기대로 가득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400홈런은 한 세대가 지나기 전에는 깨지기 어려울 것이다.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니까 (이)승엽이는 좋겠다”라고 농담했다. 류 감독은 “대기록을 앞두고는 감독이나 선수나 서로 조심스럽다. 예전에 56호를 칠 때는 내가 (코치로) 3루 쪽에 있어서 3루 베이스 들어올 때 한번 안아 줬다. 이번에는 뭘 해 주면 좋을까”라며 웃었다. 이종운 롯데 감독은 ‘정상적인 승부’를 강조했다. 그는 “어차피 누군가는 홈런을 맞아야 하는데 맞는 투수도 대기록에 이름을 남기는 것이다. 이승엽과 좋은 승부를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기록 탄생은 다음으로 미뤄졌다. 이승엽은 9-7로 앞선 8회말 1사 만루에서 우중간 담장을 직접 맞히는 2루타(2타점)를 때려 내며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이승엽은 이날 만루 때 3차례나 타석에 들어서며 기대를 모았지만 홈런을 터뜨리진 못했다. 그 대신 팀 동료 안지만이 프로야구 사상 첫 150홀드를 기록하며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 줬다. 롯데 강민호도 이날 프로야구 47번째로 통산 600타점 기록을 작성했다. 삼성은 13-7로 대승을 거뒀다.

마산에서는 LG 나성용(27)과 NC 나성범(26) 형제가 홈런을 때려 내며 또 하나의 기록을 추가했다. 이전까지 프로야구에서 형제 선수가 한 경기에서 나란히 홈런을 친 건 1986년 7월 31일 양승관(현 NC 코치) 양후승(현 NC 스카우트부장) 형제가 유일했다. 양승관 형제는 당시 청보에서 한솥밥을 먹었기 때문에 형제가 상대팀으로 만나 홈런을 신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강우 콜드(8회)로 끝난 이 경기에서 LG는 NC를 18-5로 꺾고 4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KIA는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하며 두산을 9-1로 이겼다.

포항=주애진 기자 jaj@donga.com
#400홈런#이승엽#외야#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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