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키우는 ‘6개월 연속 0%대 물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시름 깊은 한국경제]5월 0.5% 상승… 디플레 경고음
배추-파 등 장바구니 물가는 급등

소비자물가가 6개월 연속 0%대에 머물렀다.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우려할 정도의 저물가 기조이지만 장바구니 물가는 오히려 치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통계청이 내놓은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는 작년 동월 대비 0.5%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12월(0.8%) 이후 줄곧 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담뱃값 2000원 인상에 따른 물가상승 효과(0.58%포인트)를 감안하면 올해 2월부터 줄곧 물가가 마이너스 상태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유가 하락 등으로 공급 측면에서 저물가가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석유류(―19.3%)의 가격이 크게 낮아진 데다 지난달 도시가스 요금이 인하돼 저물가 기조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다만 가격 변동이 심한 석유류, 농산물 등을 뺀 근원물가는 2.1% 상승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물가의 장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가 2%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고, 경제주체들이 예상하는 향후 1년간의 기대 인플레이션도 2%대 중반”이라며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강조하는 근원물가 역시 2012년 3월 이후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치(2.5∼3.5%)를 계속해서 밑돌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 추세가 장기화하면서 물가 하락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0%대에 머문 평균 물가와 달리 소비자에게 밀접한 일부 생필품 가격은 크게 뛰었다. 배추가 85.9% 오른 것을 비롯해 파(65.6%) 감자(25.7%) 돼지고기(7.6%) 마늘(17.2%) 등 주요 식료품의 물가가 상승했다. 가방(10.6%) 운동복(9.5%) 남성정장(6.2%) 등 공산품과 급식비(10.1%), 구내식당 식사비(5.5%), 학원비(3.2%) 등도 올랐다.

기름값도 오름세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오피넷)에 따르면 2일 전국 주유소 1만2000여 곳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L당 1572.27원으로 전날보다 0.72원 올랐다. 소폭이긴 하지만 4월 20일(1504.77원) 이후 44일 연속 상승세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