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저성장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여성 - 이민자에 손 내밀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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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세계적 석학 기 소르망 내한 강연

“유럽의 높은 실업률은 경제성장률 하락 때문이 아니라 과도한 노동 규제 때문입니다. 한국은 유럽의 저성장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합니다.”

프랑스의 문명비평가이자 세계적 석학인 기 소르망 씨(71)는 2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과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조찬 강연회에 참석해 이렇게 강조했다.

그는 ‘유럽의 저성장에서 한국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저성장의 늪에 빠진 유럽 경제의 진짜 문제는 역동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라며 “이는 노동시장의 과도한 규제와 복지 시스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프랑스 그리스 등 노동법 규제가 엄격한 국가에서는 실업률이 높은 반면 영국 독일 등 규제가 완화된 곳은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이어 “노동법은 이미 직업이 있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기업이 해고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누구도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노동시장 개혁은 유럽의 수많은 집권 보수당도 해내지 못한 난제”라며 “그나마 독일이 노동법 개혁을 단행해 실업률이 급격히 줄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독일은 2000년대 초 고용 유연성 제고에 역점을 둔 ‘하르츠 개혁’을 통해 실업률을 2000년대 초반 10%대에서 올해 초 4%대로 끌어내렸다.

소르망 씨는 유럽 저성장의 다른 주요 원인으로 취약한 인구구조를 꼽았다. 그는 “유럽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세대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 각국은 다양한 이민정책을 추진해 왔다”고 설명했다.

한국도 인구 감소와 이로 인한 경제 역동성 저하를 막기 위해 이민 활성화와 여성 인력 활용이 꼭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북한과 통일이 되면 도움이 되겠지만 당장은 이민 정책을 활용해 생산가능 인구를 늘려야 한다”며 ‘이민 쿼터제’ 도입을 제안했다. 매년 경제 각 부문에서 필요한 인력 규모를 정해 그만큼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쿼터제를 통해 효과를 거둔 스위스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개방 경쟁을 유도하고, 창의성을 존중하는 시장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삼성이나 현대와 같은 대기업이 한국 경제를 세계무대에 올려주었지만 지금은 너무 대기업에만 집중돼 있어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탄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소르망 씨는 한국이 유럽과 같은 저성장을 피하려면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는 합리적인 복지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택이나 급식, 교육을 무상으로 주는 것보다는 원하는 곳에 쓸 수 있는 바우처를 제공해 국민이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는 달라질 게 없지만 복지 시스템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국민은 폭넓은 선택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지성’으로 통하는 소르망 씨는 파리정치학교와 동양어전문학교에서 수학하고, 파리정치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세계 각국에 초빙돼 강의했다. 동아일보를 비롯해 르몽드, 월스트리트저널, 아사히신문 등 세계적인 언론의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기 소르망#내한#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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