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택배 급증하는데… 화물차 2015년 증차 안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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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신규 공급 원칙적 금지”

인터넷 검색창에 ‘영업용 번호판’을 치면 ‘2015년 6월 영업용 번호판 시세’가 검색어 자동완성 기능으로 뜬다. 그만큼 영업용 번호판 시세를 검색해 보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비슷한 검색어로 조금만 더 검색해 보면 ‘영업용 번호판을 얼마에 살 수 있다’는 내용의 게시글들이 눈에 띈다.

일부 게시글은 아예 자동차 번호판의 시세를 시기와 세부항목별로 구분해 올려 놓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0.5∼1t 화물(카고) 용달’ 번호판은 1800만 원, ‘5∼8t 화물 법인용 번호판’은 2550만 원이다. 25t 트럭의 경우는 3000만 원을 넘어가기도 한다. 물동량은 늘어나는데 정부가 화물차 신규 허가(증차)는 하지 않아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앞으로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2013년과 지난해에 했던 증차를 올해는 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물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불법 운행’에 내몰리고 있는 업체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1일자 ‘2015년도 화물자동차 운수사업 공급기준 고시’를 통해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일반·개별·용달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은 신규 공급(허가)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호송용(현금수송용) 차량, 청소용 차량, 탱크로리 등 특수차량을 제외하고는 증차가 이뤄지지 않게 됐다.

영업용으로 화물차를 쓰려는 사람은 정부의 허가를 받아 일반적인 하얀색 번호판 대신 노란색 번호판을 달고 운행해야 한다. 정부는 2004년 화물연대 파업 후 화물차 운전자가 난립해 기존 차량 운전자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새로 번호판을 발급하지 않아 왔다. 하지만 그동안 택배업이 활발해지며 물류 수요가 폭증했고, 업체들은 증차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정부는 파업 9년 만인 2013년에 1만1200대, 지난해 1만2000대를 증차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시각이다. 한국통합물류협회 측은 “늘어나는 택배 수요를 감안했을 때 추가로 9000대의 차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 국토부에 이런 뜻을 밝혀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증차를 하지 않기로 결정해 화물차 부족 현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현재 전국에 있는 화물차 3만9100여 대 중 8100대 정도는 자가용 ‘하얀색 번호판’을 달고 운영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대형 업체는 그나마 낫지만 소규모 업체들은 전체 운영 차량의 20% 넘게 자가용 번호판을 달고 있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신규 번호판 허가를 받기 힘들다 보니 번호판 매매 외에도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쿠팡 로켓배송’ 논란이다. 소셜커머스 쿠팡은 자체 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하면서 자가용 ‘하얀색 번호판’을 단 차량을 이용했다. 이에 기존 업체들이 “택배사업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 영업을 하고 있다”며 지난달 21일 쿠팡을 당국에 고발하는가 하면, 국토부도 위법 소지가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이에 쿠팡은 ‘로켓배송’ 대상을 9800원 이상 주문 고객에게만 한정 실시하기로 했다. 또 광주지방국세청은 지난달 초 “영업용 번호판 매매 수익에 대해 과세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업체들이 반발하고 있기도 하다.

그나마 정부가 시행 방침을 밝힌 ‘카파라치 제도’의 본격 시행이 늦춰지고 있는 점은 업체들에는 다행이다. 이는 하얀색 번호판을 달고 화물차 영업을 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제도로, 정부가 시행 방침을 밝혔음에도 신고 절차나 예산 마련 등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정부도 화물업계의 고충을 알고 있어 무작정 단속하겠다고 나서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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