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애국가 나오면 가슴에 손 올리는 스테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6월 3일 05시 45분


K리그에서만 8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전남 스테보는 한국축구는 물론 문화까지 몸에 익혔다. K리그 통산 21번째로 공격 포인트 100개를 달성한 그는 후배들과 동료 용병들, 그리고 노상래 감독에게도 신뢰를 받는 최고의 용병으로 꼽힌다. 사진제공|전남 드래곤즈
K리그에서만 8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전남 스테보는 한국축구는 물론 문화까지 몸에 익혔다. K리그 통산 21번째로 공격 포인트 100개를 달성한 그는 후배들과 동료 용병들, 그리고 노상래 감독에게도 신뢰를 받는 최고의 용병으로 꼽힌다. 사진제공|전남 드래곤즈
내전 끊임없는 조국…한국 존중하는 태도
K리그 8시즌째…공격 포인트 100개 달성
전술회의 땐 그림으로 상대팀 분석해 설명
노 감독 “지시할 필요가 없는 완벽한 선수”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남 드래곤즈의 공격수 스테보(33·마케도니아)는 숯불갈비에 매콤한 된장찌개를 즐기는 전형적인 ‘한국형 용병’이다. 2007년 전북현대에 입단한 뒤 포항 스틸러스∼수원삼성을 두루 거친 그는 지난해부터 전남 유니폼을 입고 있다.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2010년 1∼7월)와 암카르 페름(러시아·2010년 8월∼2011년 7월)에서 보낸 1년 반을 제외하면 K리그에서만 벌써 8번째 시즌이다.

스테보는 지난달 30일 부산 아이파크와의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새 역사를 썼다. ‘멀티 골’을 기록하며 팀의 3-1 완승을 이끈 그는 K리그 통산 21번째로 공격 포인트 100개(74골·26도움)를 채웠다. 올 시즌 4골·1도움을 기록 중이다.

실력 못지않게 태도와 품성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전남은 홈경기 킥오프에 앞서 국민의례를 진행하는데,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로 시작되는 ‘국기에 대한 맹세’가 들려오면 스테보는 똑바로 태극기를 바라보며 왼쪽 가슴에 손을 올린다.

남다른 국가관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스테보의 모국 마케도니아는 끊임없이 크고 작은 전쟁에 시달렸다. 외침에 내전까지 조용할 날이 없었다. 조국애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스테보는 “우리 조국은 정세가 늘 불안정했다. 한국도 세계 유일의 분단국이다. 내가 태극기를 향해 가슴에 손을 대는 건 K리그와 축구뿐 아니라 한국의 모든 걸 존중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처지와 위치에 대한 남다른 마음가짐도 갈채를 받기에 충분하다. 스테보는 스스로 ‘베테랑’으로서의 역할과 ‘용병’으로서의 위치에 대해 끊임없이 묻는다. 외국인이 아닌, 고참으로 그를 대접한 전임 하석주 감독(현 아주대 감독) 시절이 계기가 됐다. 이 때부터 동료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전남 지휘봉을 쥐고 있는 노상래 감독도 팀 미팅과 훈련 전후로 꼭 스테보에게 “너도 한마디 하라”며 스테보에 대한 믿음을 보여준다.

스테보도 얼마 전 어린 후배들에게 “잔디 위에선 항상 머리를 들고 어깨를 펴고 당당해야 한다. 조금 힘들다고 자신이 고개를 떨구는 순간, 주변이 힘들어지고 부끄러운 선수가 된다”고 조언했다. 동료 용병들에게는 또 “우리가 한국 동료들보다 많은 돈을 받는 이유는 그만큼의 가치를 경기장과 훈련장에서 증명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일러주곤 한다.

때론 ‘작은 사령관’ 역할도 한다. 훈련과 실전에서의 차이, 그로 인한 괴리감을 좁히기 위해 선수로서 자신의 의견을 코칭스태프에 개진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경기 전날 전술 미팅 때 종종 흰색 도화지와 펜을 직접 준비해 나름대로 분석한 상대의 전술을 토대로 한 대응책을 하나씩 그림으로 그려가며 설명하기도 한다.

노 감독은 “스테보는 진짜 프로다. 경기력도 대단하지만 태도는 훨씬 완벽하다. 더 이상 어떤 것을 요구하고 지시할 필요가 없는 완벽한 선수”라고 극찬했다. 스테보를 ‘테보 형’으로 부르며 깊은 친분을 과시하는 이종호 역시 “득점 여부를 떠나 우리를 위해 가장 희생하고 노력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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