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경광등 번쩍이고 사이렌 소리 요란… 운전자들도 서행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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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낀 영종대교 달려보니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서울 방향에 설치된 대형 도로전광판(VMS)이 지난달 27일 차량 운전자들에게 안개에 따른 감속운행을 알리고 있다. 다음 달까지 VMS 2개가 추가로 설치된다. 신공항하이웨이 제공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서울 방향에 설치된 대형 도로전광판(VMS)이 지난달 27일 차량 운전자들에게 안개에 따른 감속운행을 알리고 있다. 다음 달까지 VMS 2개가 추가로 설치된다. 신공항하이웨이 제공
국민안전처가 수도권 일대에 안개주의보를 발령하며 휴대전화로 긴급 재난 문자메시지를 보낸 지난달 27일 오전 7시경 서울 방향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2월 이 고속도로의 중간 지점인 영종대교 상부도로(길이 4.42km·왕복 6차로)에서는 가시거리가 10m에 불과한 상황에서 시속 100km 안팎으로 달리던 차량 106대가 연쇄 추돌해 130여 명의 사상자를 내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도 도로에는 짙은 안개가 끼어 가시거리는 200m 미만이었다. 영종대교 진입을 약 2km 앞둔 지점에 설치된 대형 도로전광판(VMS)은 차량 운전자들에게 최고 제한속도(시속 100km)의 50% 수준으로 감속해 운행할 것을 계속해서 알렸다. 교량 진입을 500m, 1km 앞둔 지점에 각각 설치된 소형 전광판형 차로제한장치(LCS)도 감속 운행을 표시했다. 이 구간 갓길에는 안개주의보 발령을 알리는 전광판이 부착된 순찰차 2대가 주행하면서 운전자들에게 경각심을 줬다.

사고가 났던 영종대교 상부도로 도로변에는 1km 간격으로 경광등이 새로 설치됐다. 도로 양방향에 설치된 90개의 대형 스피커에서는 사이렌과 호각 소리가 교량을 지날 때까지 요란하게 들려 긴장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굉음에 가까운 이 소리는 이 도로에 안개가 끼거나 강풍이 불 때, 폭설이 내릴 때에만 방송된다. 또 지난달 상부도로에 100m 간격으로 도색한 돌출형 노면은 차량이 통과할 때마다 드르륵 하는 소음과 진동이 발생해 자연스럽게 감속을 유도했다.

당시 사고의 여파 때문인지 운전 행태도 달라졌다. 기자가 탄 차량과 나란히 주행하던 승용차와 리무진버스 등은 대부분 비상등을 켜고 시속 100km 미만으로 운행했다. 짙은 안개 때문에 앞서 가던 차량이 갑자기 속도를 줄일 경우를 대비해 안전거리도 100m 이상 확보하고 달렸다.

2000년 11월 개통한 이 도로를 관리하는 신공항하이웨이는 VMS 2개를 추가로 설치하는 등 다음 달까지 교통안전 시설물을 보강할 계획이다. 영종대교 모든 구간에 안개가 끼었을 때 운전자의 주목도를 향상시키는 시선유도등과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차량의 교량 진입을 차단하는 설비(4개)도 새로 설치하기로 했다. 도로 곳곳의 기상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기상정보시스템(WIS) 2대도 추가로 들어선다.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교통안전 전문기관에 컨설팅을 의뢰해 안전 관리 매뉴얼을 보완하고 있다. 8∼23일 영종대교의 안전성을 정밀하게 진단하기 위해 상부도로 양방향 차량 통행을 차단할 예정이다. 신공항하이웨이 관계자는 “2월 사고가 발생한 뒤 정부와 함께 안개 등에 대응하는 지침을 마련했으며 기존에 설치된 교통안전 시설물의 교체 시기와 상관없이 정기적인 성능 점검을 통해 첨단 장비로 바꿔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천지방경찰청도 과속을 막기 위해 7월까지 영종대교 양쪽 끝의 육지 구간에 ‘구간 단속 카메라’를 설치할 계획이다. 구간 단속 카메라는 시작과 종료 시점 통과 시간을 측정한 뒤 평균속도를 산출해 과속을 단속하는 장비다. 바다 위에 건설된 영종대교는 강한 바람으로 고정식 과속 단속 카메라는 초점을 맞추기 어렵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경광등#사이렌#영종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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