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전자상가 ‘3D 프린팅’으로 부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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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제품 메카에서 벤처-스타트업 중심지로 변신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신생업체 N15는 도깨비종합상가로 불리던 서울 용산전자상가 나진 15동에 지난달 19일 자리를 잡았다. 용산전자상가를 벤처·스타트업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N15 임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N15 제공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신생업체 N15는 도깨비종합상가로 불리던 서울 용산전자상가 나진 15동에 지난달 19일 자리를 잡았다. 용산전자상가를 벤처·스타트업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N15 임직원들이 기념촬영을 했다. N15 제공
‘도깨비 종합상가’에 오랜만에 활기가 돌았다. 소비자의 발길이 점차 끊겨 상가 복도에는 매장 이전 및 철수 안내문만 늘어가던 차였다. 몇 년 만에 개업 기념 화분이 상가에 배달됐다. 화분 리본에는 “하드웨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N15’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지난달 19일 오후 도깨비종합상가로 불리던 서울 용산전자상가 나진15동에서 N15의 개소식이 열렸다. 벤처·스타트업 업계 및 용산전자상가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허제 N15 대표가 단상에 서서 마이크를 잡았다.

“N15는 ‘나진상가 15동’이란 뜻입니다. 아이디어 구상부터 시제품 제작, 유통 및 마케팅 단계까지 국내 하드웨어 기반 스타트업들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를 이곳에 구축할 것입니다.”

○ “벤처·스타트업 중심지가 되겠다”

1987년 7월 1일 문을 연 용산전자상가는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국내 전기전자 제조 및 유통의 메카로 군림했다. 컴퓨터뿐 아니라 전자제품이라면 ‘없는 것 없는’ 이곳에는 소비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N15가 자리 잡은 15동 지하(1652m²)에는 아직도 이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지하 입구 벽면에 그려진 큰 도깨비 그림부터 아직 치우지 못한 PC 전용 게임스틱, 교육·게임 CD 등이 ‘전자상가 전성기’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통신 관련 기기를 취급하던 15동, 게임을 취급한 12·13동, 가전과 컴퓨터 전문의 17·18동, 음향기기 전문점 19·20동 등 건물마다 전문성을 가진 가게들이 빽빽했다. ‘전자제품=용산’이란 공식을 만들 정도였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갑작스러운 침체기를 맞았다. 지나친 호객행위와 바가지요금이 발단이 됐다. 가게별로 가격은 천차만별이었다. 물건을 사고 보면 포장이 뜯어진 제품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인터넷 상거래 발달로 소비자가 발품을 팔아 가격을 비교하던 시대도 지났다. 용산전자상가에 입주한 소상공인들은 “자고 나면 문 닫는 업체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상가마다 공실률은 30% 가까이 됐다.

이 용산전자상가가 변화를 맞았다. 컴퓨터 관련 부품, 전자제품 위주의 ‘전반전’을 마치고 벤처·스타트업의 중심지가 되기 위한 ‘후반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신생업체 N15가 이 중심 역할을 하겠다고 나섰다. N15는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공간, 장비, 운영 노하우 및 투자자 연계 등을 컨설팅해주는 회사다.

N15는 15동 지하에 스타트업 입주 공간은 물론이고 3차원(3D) 프린터, 컴퓨터수치제어(CNC) 기기, 레이저커터 등 시제품 제작에 필요한 장비를 구비해놓을 계획이다. 또 12주 과정의 프로그램을 수료한 스타트업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참가하는 데모 데이 참가 기회를 줄 예정이다. N15 양지시 디자인총괄이사는 “N15가 용산전자상가 변화의 ‘엔진’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3D 프린터부터 드론까지

전자상가 14동은 ‘3D 프린팅의 중심지’로 진화 중이다. 상가 운영 및 개발업체인 나진산업은 14동 지하 전체를 3D 프린팅 전시·체험장으로 조성하기 위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가정용 및 산업용 3D 프린터 30여 대를 모아 일반인에게 개방할 계획으로 이미 3D 프린팅 솔루션업체 STL을 비롯해 3D 프린터 관련 업체 10여 곳이 입주했다. 이곳은 ‘무한창의협력공간’이란 이름으로 7월에 공식적으로 문을 연다.

나진산업 정익교 기획부장은 “나진산업은 14동에서 3D 프린팅 창업 및 각종 교육 프로그램 운영, 아이디어 연구개발 환경을 제공할 계획이다”라며 “이벤트 공간도 별도로 마련해 로봇 격투대회, 드론 조립 대회 등 다양한 행사를 열 수 있도록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진산업은 △3D 프린팅 체험관 △과학 관련 기관 입주 △로봇 전시·체험 공간 △시제품 제작소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 등으로 용산전자상가를 변화시킬 방침이다. 또 기존 입주업체들과 제조 기반 스타트업의 시너지를 위해 용산전자상가에 입점한 상점들의 부품 판매 업체 및 제품 목록을 모바일을 통해 제공할 수 있도록 전자상가 정보가 한눈에 담긴 지도를 제작 중이다.

기존 상인들의 기대도 크다. 용산전자상가에서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김모 씨(48)는 “기존 점포들은 모두 떠나고 지금은 명맥만 겨우 유지하고 있다”며 “새로운 형태의 용산전자상가로의 변화가 모두에게 절실하다”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용산전자상가#3D 프린팅#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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