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대통령… “정부 무력화 不容”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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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개정안 충돌]

강수 둔 朴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강수 둔 朴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회법 개정안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1일 국회법 개정안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는 ‘강경 카드’를 꺼냈다. 타협보다 정면 돌파를 선언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강수’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등 자중지란에 빠졌다.

○ 야당의 ‘몽니’에 ‘돌직구’ 날려

박 대통령의 ‘돌직구’는 더이상 물러날 데가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회에 상정된 각종 민생법안조차 정치적 사유로 통과되지 않아 경제 살리기에 발목이 잡혀 있다”고 토로했다.

박 대통령은 야당이 정부가 요청한 법안 통과를 미끼로 끊임없이 자신들의 요구를 ‘끼워 넣기’하거나 ‘몽니’를 부리는 상황에서 계속 끌려가기보단 국민 여론을 지렛대 삼아 제동을 거는 게 향후 국정 운영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제 활성화나 개혁 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 시행령조차 국회의 간섭을 받으면 정책 추진의 ‘우회로’마저 막혀버린다는 점에서 국회법 개정안만은 수용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박 대통령은 이날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어렵게 개혁의 물꼬를 튼 만큼 앞으로 청년 일자리와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노사정 대타협이 결렬된 데다 야당이 입법에 반대하는 만큼 취업규칙을 변경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정년 연장에 따라 청년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국회의 시행령 수정권이 강화되면 이마저도 힘들어지게 된다.

○ 거부권 행사하면 재의결 포기 수순 밟을 듯

새누리당 지도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선 ‘솔로몬의 해법’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에 국회법 개정안을 보내기 전에 재협상을 하는 방안은 야당의 강경 방침에 부닥쳐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그 카드는 접은 듯하다. 결국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새누리당이 택할 수 있는 카드는 두 가지다. 국회에서 재의결 투표에 참여하거나 아예 재의결을 포기하는 것이다.

재의결에 참여해 법안이 다시 원안대로 통과되면 당청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다수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져 부결시킨다면 여야 관계는 당장 벼랑에 내몰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새누리당이 재의결을 포기하는 방안이 ‘출구전략’으로 거론되고 있다. 재의결을 포기할 경우 19대 국회가 끝나면 개정안이 자동 폐기된다. 한 고위 당직자는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응 방안을 결정하겠지만 당청 간 불필요한 갈등과 오해를 피하기 위해 재의결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자중지란에 빠진 새누리당

당 지도부는 이날 ‘책임 공방’을 벌였다. 일부 최고위원이 여야 협상을 총괄한 유승민 원내대표를 향해 “당청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며 공개 비판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국회법 개정안 처리 당시와 태도가 너무 달라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원내 고위인사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전 최고위원들에게 협상 결과를 모두 설명했다”며 “당시 한 최고위원은 ‘어떻게 이렇게 기가 막히게 협상을 잘했느냐’고 극찬했고, 다른 최고위원은 ‘(국회법 개정안은) 위헌이 아니다.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제 와서 모든 책임을 유 원내대표에게 돌리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강경 대응에 놀란 새누리당 지도부가 ‘각자도생’에 나선 모양새다.

이재명 egija@donga.com·강경석 기자
#국회#대통령#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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