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NSA 통화기록 수집 일단 ‘스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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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법 대체법안 상원 통과 실패
‘NSA 폐지’ 공약 대선주자 폴 의원… “프라이버시 침해 위헌” 강력 반대
일시 효력상실… 2, 3일내 처리될듯

미국 상원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애국법(Patriot Act)의 대체 법안 통과에 실패하면서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개인 통화기록 수집을 허용했던 애국법의 일부 조항이 일시적으로 효력을 잃었다.

상원은 일요일인 이날 이례적으로 본회의를 열어 1일 0시를 기해 시한이 만료되는 애국법 215조를 대체하는 ‘미국자유법안(USA Freedom Act)’ 처리를 논의했지만 랜드 폴 의원(공화·켄터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성공하지 못했다. 지난달 하원을 통과한 대체 법안은 NSA 등 정보기관이 미국 통신회사 등에서 개인 통화기록을 대량 수집해 보관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신 필요한 통신기록을 통신회사에 요청해 사용하도록 했다.

상원은 이날 찬성 77 대 반대 17로 미국자유법안을 심의하기로 하는 절차투표를 마쳤지만 법안 마련과 표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하루 종일 지루한 신경전이 펼쳐진 뒤 리처드 버 상원 정보위원장은 오후 늦게 “오늘밤 대체 법안과 관련한 어떠한 방식의 타협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협상 실패를 확인했다.

폴 의원은 통신정보 수집에 대한 애국법 215조는 물론이고 대체 법안도 테러 방지를 명분으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위헌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는 이날 본회의 발언을 통해 “경솔하게 자유를 포기하고 맹목적으로 법안을 처리할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4월 대선 출마를 선언한 그는 NSA 폐지를 첫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반면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 등 공화당 지도부는 테러 방지를 위해 NSA 등 정보기관들의 통신정보 수집이 필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지도부는 당초 애국법 215조를 60일 동안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다 반대에 부딪히자 이날은 NSA가 통신회사의 고객 정보에 보다 원활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원 대체법안의 일부 조항을 수정하려 했으나 역시 실패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법안 처리 실패 후 “적들은 날로 공격적이고 정교화되는데 우리만 일방적으로 무장해제를 할 수는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상원의 합의 실패로 애국법 조항의 시한이 만료돼 NSA 등 정보기관들은 통신정보를 대량으로 수집할 수 없게 됐다. NSA는 이미 기존 애국법에 따른 업무를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을 가정해 통신기록 수집 중단 절차에 착수했다. 하지만 상원이 2, 3일 내에 대체 법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여 공백 기간은 그다지 길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폴 의원도 “결국 법안이 통과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원이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60표의 찬성이 필요하다.

뉴욕타임스(NYT)는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인들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통과된 애국법 조항에 대해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테러 방지와 개인의 자유 사이의 충돌에 대해 미국인들의 달라진 여론을 반영한다고 평가했다. NSA의 개인 통신기록 대량 수집 문제는 2013년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세상에 알려졌으며 백악관, 의회,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대안 마련이 논의돼 왔다.

상원이 하원의 대체 법안을 수용할 것을 요구해 온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유감을 표시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상원 표결이 무산된 뒤 “무책임한 행정 지연을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며 “국가 안보에 중요한 사안인 만큼 상원의원들이 당파적 동기에서 벗어나 조속히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nsa#통화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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