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재테크]‘조삼모사’는 좋은 투자원칙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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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필 NH투자증권 100세시대硏 수석연구원
서동필 NH투자증권 100세시대硏 수석연구원
고사성어 ‘조삼모사(朝三暮四)’에 나오는 원숭이는 어리석은 존재로 묘사된다. 원숭이들의 주인 저공(狙公)이 “이제부터는 도토리를 아침에는 세 개 주고, 저녁에는 네 개 주겠다”고 하자 원숭이들은 일제히 화를 냈다. 아침에 도토리 세 개로는 배가 고프다는 것이다. 저공은 “그럼 아침에는 네 개, 저녁에는 세 개를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원숭이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좋아했다고 한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원숭이들은 옳은 선택을 했다. 도토리가 아니라 돈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명확해진다. 하루라도 빨리 더 많은 돈을 받는 것이 투자이익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나중에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것도 확신할 수 없다. 원숭이 주인이 갑자기 마음을 바꿔서 도토리 개수를 더 줄일 수도 있고, 미처 도토리를 마련하지 못해 아예 못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어차피 받을 총합이 같다면 더 ‘빨리’ ‘많이’ 받아 내는 것이 옳다.

조삼모사에는 두 가지 투자 원칙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시간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좋은 상품에 투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자된 시간의 양도 매우 중요하다. 부자들은 “줄 돈은 최대한 늦게 주고, 받을 돈은 최대한 빨리 받으라”고 말한다. 1년 안에 1억 원을 받는다고 할 때, 연초에 받는 1억 원과 연말에 받는 1억 원의 가치는 절대 같을 수 없다.

두 번째는 ‘투자 원금을 최대한 늘리라’는 것이다. 같은 수익률이라면 투자된 원금이 많을수록 더 많은 수익이 발생한다. 따라서 아침에 3개보다는 4개를 투자하는 것이 더 많은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 ‘좁쌀이 한 바퀴 구르는 것보다 수박이 한 바퀴 구르는 것이 낫다’는 속담이 있다. 같은 수익률이라면 소규모 자금(좁쌀)보다는 대규모 자금(수박)을 투자하는 것이 더 많은 투자 수익을 거두게 된다.

초기에 투자 원금을 늘릴 수 없다면 투자 기간에 재투자를 통해 투자 금액을 점차 늘려야 한다. 소위 말하는 복리효과를 노리라는 것이다.

요즘은 복리로 재투자되는 상품이 많지 않지만 연금저축펀드계좌를 활용하면 복리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반 펀드는 매년 세금을 결산해 원금에서 차감하지만 연금저축펀드계좌에서 운용되는 펀드는 나중에 돈을 인출할 때 세금을 낸다. 이 경우 세금이 재투자되면서 투자 원금이 증가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100세 시대에 노후를 준비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최대한 빨리 준비를 시작함으로써 투입된 시간의 양을 늘리고 수익금이나 세금의 재투자, 꾸준한 적립 등을 통해 투자 원금을 지속적으로 늘려가야 한다. 조삼모사, 꽤 괜찮은 투자 원칙이다.

서동필
NH투자증권 100세시대硏 수석연구원
#조삼모사#투자#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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