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베이스볼] 강민호 “3점홈런 날린 날보다 무실점 경기 더 짜릿”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6월 2일 05시 45분


코멘트
롯데 포수 강민호는 뛰어난 타격에 가려 수비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수비를 최우선으로 꼽는 그의 자부심의 배경에는 환희와 좌절을 겪으며 뛰어온 1173경기가 오롯이 녹아있다. 강민호는 “포수로 은퇴하고 싶다”며 “포수 기록을 모두 갈아 치우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포츠동아DB
롯데 포수 강민호는 뛰어난 타격에 가려 수비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수비를 최우선으로 꼽는 그의 자부심의 배경에는 환희와 좌절을 겪으며 뛰어온 1173경기가 오롯이 녹아있다. 강민호는 “포수로 은퇴하고 싶다”며 “포수 기록을 모두 갈아 치우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스포츠동아DB
■ 롯데 강민호, 포수로 사는 법

롯데 강민호(30)를 바라보는 시선과 평가에는 수비력보다는 타격이 앞서는 얘기가 우세한 편이다. 그러나 강민호는 국가대표 주전 포수다. KBO리그에선 꾸준히 수비형 포수들이 그 가치를 인정받아왔다. 공격력이 뛰어나도 수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마스크를 쓸 수 없다. 국가대표 포수 강민호의 수비에 대해 그와 직접 대화를 나눌 이유는 충분하다. 31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그와 만났다. 사전에 인터뷰의 주제는 오롯이 ‘포수 강민호’라고 전했다.

“타격보다 수비에 관한 고민이 최우선
계획한대로 삼진 잡는 순간 기분 최고
매경기 상대 타자들 영상 등 보며 연구
장성우와 용덕한 떠난 이후 더 채찍질
모든 포수기록에 내 이름 새기고 싶다”

-오늘은 최근 뜨거운 관심을 사고 있는 타격에 대해선 질문하지 않겠다. 오직 포수 강민호다. 포수도 타석에 서는 타자다. 그러나 야수 중 유격수와 함께 수비력이 가장 중시되는 포지션이다. 특히 포수의 사인으로 야구가 시작된다. 강민호에게는 포수와 타자 중 어떤 쪽에 더 의미가 큰가.

“(미소를 지으며) 포수 강민호와 인터뷰를 한다는 말을 듣고 굉장히 흥미로웠고, 어떤 질문이 나올까 궁금했다. 수비는 무조건 첫 번째 순위다. 먼저 수비를 완벽하게 해내고 타격에서도 팀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수비가 항상 기본이다. 사실 지난해 타격이 너무 부진했다. FA(프리에이전트) 계약 첫 해라서 비판이 더 많았던 것 같다. 팀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당연히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마스크를 쓴 포수로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았던 시즌이었다. 한 경기나 3연전, 그리고 시즌을 마친 뒤에도 스스로 반성하고 되돌아볼 때면 수비가 가장 먼저다. 타격은 그 다음이다. 그러나 밖에서 보거나 느끼는 것은 그 반대인 것 같다. 항상 타석에서의 모습이 먼저인 것 같다.”

-3점홈런을 날린 날과 준비한 투수 리드가 딱 맞아떨어져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낸 날 중 어떤 쪽이 더 기분이 좋나? 물론 가정은 양쪽 모두 승리한 경우다.

“당연히 무실점 경기다. 아마 포수라면 모두 같은 생각일 것 같다. 그러나 그 전제는 내 리드가 좋았기 때문이 아니라 투수가 잘 던졌기 때문이다. 투수가 잘 던져서 이긴 날이 포수는 가장 기분 좋다.”

-홈런을 쳤을 때 희열도 굉장할 텐데.

“물론 홈런도 짜릿하다. 그러나 공 잡는 맛이 장난 아니다. 아마 포수만이 느끼는 걸 텐데. 준비한 전략이 딱딱 맞아 떨어지고 투수가 정확히 공을 던져 계획한 대로 삼진을 잡는 순간, 그 공이 미트에 들어오는 그 느낌이 너무 좋다. 중독성이 대단하다.”

-타격이 뛰어난 포수다. 그러나 그 때문에 포수로서의 능력은 저평가된 부분이 있다. 마스크 속 얼굴만큼 포수로서의 장점은 가려져 있는 부분이 크다. 한 박자 빠른 공격적 볼 배합은 장점이며 자신만의 색깔이지만, 비판적 의견도 있다.

“먼저 보이는 게 타격이니까 공격으로 칭찬도 받고 야단도 맞는 것 같다. 그러나 포수로도 1000경기를 넘게 뛰었다. KBO리그에 양의지(두산) 등 매우 뛰어난 선수가 많지만, 스스로 포수 역할에 큰 자부심을 갖는 바탕에는 1000경기의 경험이 있다. 신인 때는 정말 공격적 볼 배합을 했다. 그 때는 위기에서도 두려움이 없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잘 모르니까 무서움 없이 한 것 같다. 오히려 지금은 더 걱정이 많다. 하나 버릴까, 아니야 들어갈까, 빼는 공은 어떤 걸로 할까, 이쪽에 넣어야 될까 등 많은 고민을 한다. 그래도 공격적 성향은 잘 안 바뀌는 것 같다.”

-과거에는 철저히 감에 의존하는 포수도 있었고, kt 조범현 감독처럼 한 경기 150개 공의 코스와 종류, 결과 등을 모두 수기로 정리하고 암기해 실전에 적용하는 스타일도 있었다. 전력분석은 어느 정도 참고하나.

“지금은 시스템이 정말 좋아졌다. 예전 선배님들은 정말 대단했던 것 같다. 전력분석팀이 태블릿PC를 통해 각종 데이터와 동영상까지 볼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경기 전 한 시간 정도를 상대 타자들의 최근 승부 결과, 타격 동영상 등을 확인하면서 보낸다. 최근 성향, 타석에 서 있는 모습, 경기 상황 등을 종합해 사인을 결정한다. 3연전이 시작되는 순간이 상대를 파악하는 데 가장 중요한 때다. 최근 타격 동영상을 꼼꼼하게 볼 수 있다는 점이 포수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앞서 타자와 머리싸움에서 성공했을 때 희열을 이야기했다. 반대로 포수도 투수의 실투처럼 아차 하는 순간 노림수에 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성공했을 때의 짜릿함 이상으로 아픔이 크다. ‘이건 완벽한 삼진이다’고 생각하는 순간 타자가 그 공을 홈런으로 때리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포수는 경험이 중요한 것 같다. 실패는 분명 아프지만 다음 승부에 큰 도움이 된다.”

-타석에 서있는 타자와 바로 곁에 앉아있는 포수의 수싸움이 정말 치열하다. 리그에서 누가 가장 똑똑한 타자인가?

“지금은 김현수(두산), 김태균(한화), 서건창(넥센)이 가장 까다롭다. 현수는 워낙 타격 센스가 좋은데 수 싸움까지 능하다. 태균이 형도 승부가 정말 어렵다. 서건창은 지난해 타석 라인을 살짝 밟고 치더라. 너무 궁금해서 ‘건창아, 왜 밟고 치는 거야’라고 물었더니 ‘팔이 짧아서 바깥쪽 공을 공략하기 위해 이렇게 선다’고 하더라. 자신의 신체적 특성까지 고려해 타격 위치를 조정하는 모습에 놀랐고 많이 배웠다.”

-입담은 포수의 또 다른 특별한 능력인 것 같다. 종종 경기를 보면 타자가 타석에서 포수와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는 장면을 볼 수 있다. 포수는 마스크를 쓰고 있어 입 모양이 나타나지 않아 ‘말싸움’ 심리전에서 유리할 것 같다.

“사실이다. 종종 심판도 웃음을 터트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강적들도 분명 존재한다. 홍성흔(두산) 선배는 포수를 웃긴다. 정근우(한화) 선배도 대단하다. 포수가 말을 걸면 처음부터 피해버리는 타자도 있는데, 정근우 선배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대답해주면서 전혀 흔들림이 없다.”

-박경완(SK 육성총괄), 진갑용(삼성)에 이은 국가대표 주전 포수다. 대한민국 최고 투수들의 공을 다 받았다. 누가 가장 기억에 남나?

“오승환(한신) 선배의 공은 정말 대단하다. 힘이 끝까지 살아있다고 해야 할까. 류현진(LA 다저스)의 공도 받았을 때 느낌이 오래 기억된다. 위대한 투수들이다.”

-롯데는 지난해까지 포수왕국이었다. 그러나 이제 팀에 장성우도 없고, 용덕한(이상 kt)도 없다.

“성우는 참 친한 사이였다. 모두 함께 있어 든든했던 부분도 있었다. 모두 팀을 떠나면서 스스로에게 좀더 채찍질을 하게 된 것 같다.”

-1990년대 후반부터 뉴욕 양키스의 전성기를 이끈 명포수 호르헤 포사다는 타격 능력도 매우 뛰어났다. 그 영향으로 선수 황혼기였던 2011년 지명타자로 변신했다. 그러나 자서전을 통해 당시 상황을 ‘나에게 홈 플레이트 자리를 빼앗은 것은 심장과 열정을 모두 빼앗아가는 것과 똑같았다’고 털어놓았다. 공격력이 뛰어난 포수들 중 상당수가 타격에 집중하고, 선수 생활 연장을 위해 포지션을 바꾼다. 강민호의 미래는 어떨까?

“캠프에서 여러 상황에 대비해 1루 수비 훈련을 할 때가 있다. 동료들도 ‘이제 1루로 가는 거냐’, ‘전문 지명타자를 해라’ 같은 농담을 걸어온다. 미래의 일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난 박경완 선배나, 김동수 LG 퓨처스 감독처럼 포수로 은퇴하고 싶다. 인터뷰를 시작할 때 말한 것처럼, 야구에 있어 수비, 포수의 역할이 항상 첫 번째이기 때문에 포지션이 바뀌면 큰 아쉬움이 남을 것 같다. 부상 없이 건강해야 포수로 은퇴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하나 꿈이 있다면 마지막 경기를 마쳤을 때 포수 기록에 모두 내 이름을 올리고 싶다. 다른 것은 몰라도 포수에는 욕심이 많다.”

강민호가 훗날 ‘제2의 이만수’로 기억될지 아니면 ‘제2의 박경완’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 가지 중요한 점은 1100경기를 넘게 뛴 강민호의 나이가 올해 서른 살이라는 점이다. 본인에게도, 한국야구에도 대단한 행운이다.

● 롯데 강민호는?

▲생년월일=1985년 8월 18일 ▲출신교=제주신광초∼포철중∼포철공고 ▲키·몸무게=186cm·100kg(우투우타) ▲프로 경력=2004년 롯데 입단(2004년 신인드래프트 롯데 2차 지명 3라운드) ▲2015년 연봉=10억원 ▲2015년 성적=타율 0.327(156타수 51안타) 15홈런 44타점 30득점(1일 현재)

울산|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