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메르스 관련 첫 사망, 경제까지 공포 닥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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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첫 번째 환자와 접촉한 의심환자 A 씨(58·여)가 어제 사망했다. 메르스 바이러스에 의해 사망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메르스 공포가 확산되면서 미약한 경기 회복의 불씨마저 꺼뜨릴까 걱정이다. 어제 주식시장에서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아모레퍼시픽 롯데관광개발의 주가가 급락했다. 메르스로 인해 여행과 소비가 줄어들 것을 예상한 탓이다.

국내에서는 벌써 각종 단체 활동이 취소되고 영화관 백화점처럼 사람 많은 곳에 가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4월 소매 판매가 작년보다 2.8% 늘어나 2분기(4∼6월) 본격적인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여기에 메르스가 찬물을 끼얹을까 관광·유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세월호 침몰로 경기 침체가 심하더니 올해는 소비 대목인 여름 휴가철을 코앞에 두고 메르스가 발생했다. 어제 발표된 5월 수출 실적은 작년보다 10.9% 감소해 5년 9개월 만에 가장 크게 줄어들었다. 가뜩이나 기진맥진한 한국 경제가 엎친 데 덮친 꼴이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메르스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까지 악영향을 주는 일이다. 국내 2차 감염자가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가는 바람에 홍콩과 중국까지 메르스 비상이 걸렸다. 이미 중국과 대만 일부에서 한국 관광을 취소하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메르스 공포로 중국인 관광객과 한국 상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다면 최악의 상황이 된다. 중동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을 오가는 여행객들과 수출입에도 비상이 걸렸다.

메르스처럼 코로나 바이러스의 일종인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2003년 3∼4월 중국을 덮쳤을 때 2분기 성장률은 전 분기보다 3.2%포인트나 급락했다. 당초 3.8%로 예상했던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메르스가 확산되면 2%대로 주저앉을 수도 있다. 만약 이번 주에 3차 감염자나 추가 사망자가 나타난다면 국민의 공포가 번지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 경제 전반에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초동대처에 실패한 정부가 ‘예의주시’만 할 때가 아니다. 전염성 질병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까지 인식하고 총체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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