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 유쾌한 바짓바람… 아빠들의 ‘洞아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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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회’ 새 공동체 문화로

지난달 30일 ‘캠핑데이’가 열린 서울 광진구 광장동 광남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이 아버지회가 마련한 음식을 먹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지난달 30일 ‘캠핑데이’가 열린 서울 광진구 광장동 광남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이 아버지회가 마련한 음식을 먹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지난달 30일 오후 7시경 서울 광진구 광남초등학교. 운동장 주변으로 텐트 25개가 나란히 설치됐다. 한쪽에 마련된 식탁 위 불판에서는 삼겹살과 오리고기가 지글지글 소리를 내고 있었다. 운동장에서는 축구와 야구 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날 광남초교에서 열린 ‘캠핑 데이’ 현장이다. 행사를 주최한 사람은 학교나 학부모회가 아닌 바로 ‘아버지회’. 참가 대상도 아빠와 아이들이었다. 엄마들은 걱정 반, 호기심 반에 구경 나왔다가 오후 11시경 레크리에이션이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갔다. 이후 진행된 캠핑은 온전히 아빠와 아이들만을 위한 시간. 이번 행사는 준비부터 마무리까지 아버지회가 온전히 책임진 이벤트였다.

이날 모인 아버지회 회원들 중엔 그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연락을 주고받던 아빠들도 있었다. 고향도 직업도 제각각이었지만 같은 반, 같은 학교에 자녀를 둔 ‘젊은 아빠’라는 공통점 덕분에 금세 친구를 맺거나 형 동생 사이가 됐다. 아이들도 스스럼없이 “삼촌, 고기 주세요”를 외쳤다. 아빠들은 다양한 게임을 하며 아이들과 하나가 됐다. 아빠들끼리 모여 앉아 직장과 가정생활의 어려움을 털어놓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날 딸과 함께 행사에 참석한 박승호 씨(40)는 “어릴 때 동네에서 또래들과 어울려 놀던 시절이 생각난다”며 “그동안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도 서로 모른 척하며 지냈는데 아버지회에 가입하면서 동네에 친한 형, 동생들이 생겨 살맛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매일 SNS로 연락하고 동네의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공유하며 친형제처럼 지낸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요즘 젊은 아빠들 사이에 아버지회가 친목 모임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선후배 관계로 얽힌 동문회나 향우회 등 기존 커뮤니티와 달리 아무런 부담 없이 어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신명철 서울시교육청 참여협력담당관은 “최근 들어 일부 학교를 중심으로 아버지회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교사들의 여초 현상이 심하다 보니 아버지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학교 측이 먼저 나서서 회원들을 섭외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아버지회 활동은 주로 캠핑이나 등산 등 ‘야외 활동’이 중심이다. 육아나 학업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는 ‘어머니회’와 자연스럽게 상호보완 관계가 된다. 박용욱 광남초교 아버지회 회장은 “4월에는 ‘산행 대회’를 열어 학생과 학부모 총 700여 명이 함께 아차산을 등반했다”며 “어린 시절 우리 세대가 경험했던 공동체 문화를 조금이라도 느끼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법조인 소방관 사업가 등 엄마들에 비해 아빠들의 직업군이 다양한 만큼 자녀들을 위한 직업체험 행사도 인기 있다.

아이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박 씨의 딸 서영 양(7)은 “산에서 아빠랑 보물찾기 할 때 아주 뿌듯했고 아빠가 자랑스러웠다”며 “친구 아빠가 아닌 ‘삼촌’ 같은 사람이 많아져서 좋다”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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