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 수정, 정부가 약속 어긴 탓… 행정권 침해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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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법 개정 주도한 이종걸 새정치聯 원내대표 인터뷰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31일 국회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내가 굉장히 점잖다는 평을 많이 받는다”면서도 “(정부와 청와대를 보면) 울화증이 나서 강경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31일 국회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내가 굉장히 점잖다는 평을 많이 받는다”면서도 “(정부와 청와대를 보면) 울화증이 나서 강경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이번엔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31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8, 9일)를 앞두고 이렇게 강조했다. 1일 시작되는 임시국회 정국은 전운이 감돌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9일 본회의에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함께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을 수정할 근거를 마련한 국회법 개정안을 끝내 통과시킨 이 원내대표는 ‘연계 투쟁 아니냐’는 지적에 “연계가 아니라 세월호 특별법을 위반한 시행령을 고쳐야 할 국회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선 “거부권 행사는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인터뷰는 이날 오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곧 황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황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으로서는 ‘저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총리로는 부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여러 가지 (황 후보자의) 원칙과 소신은 검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총리는 아니다. 공과 사를 구별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절대로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다. 공적 지위에 있는 나로서도 (황 후보자 임명 반대에) 나의 100%를 발휘할 수밖에 없다.”

이 원내대표는 황 후보자와 경기고 동기에 성균관대 법대 입학 동기다(이 원내대표는 이후 서울대에 다시 들어갔다). 황 후보자가 노무현 정부 시절 검사장 승진 인사에서 누락됐을 때는 이 원내대표가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에게 이야기를 해준 적도 있다.

―지난달 문재인 대표가 발표를 보류한 ‘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읽어봤나.

“봤다.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그런데 ‘이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문 대표는 지난달 14일 ‘구태정치’ ‘기득권 정치’라며 비노(비노무현) 진영을 겨냥하는 듯한 비판적 메시지를 발표하려다 최고위원들의 만류로 보류했다. 이 원내대표는 비노로 꼽힌다.

―친노(친노무현)-비노의 불편한 동거 체제라고 많이 이야기한다.

“친노, 비노로 나누고 싶지 않다. 나를 (지도부의) 한 축인 원내대표로 뽑아준 의원들 생각도 그렇다고 본다. 공무원연금법 개혁안과 세월호법 시행령의 연계나 혁신위원장 선정 등에서 문 대표와 내가 충돌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표현의 차이일 뿐이지 친노, 비노라 생긴 문제는 아니었다. 그렇게 (의견 충돌로) 보려는 사람들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게 뭔지는 말하지 않겠다.”

―문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문 대표는 친화력 있게 전화를 하거나 미주알고주알 설명하는 분이 아니다. 크게 가는 분이다. 나 역시 이런 공격에 쓸데없이 노출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다. 나라도 전화를 자주 하고 많은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대 조국 교수의 혁신위원장 카드에 반대했다고 들었다.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이 이번에는 (당 혁신기구의) 적임자라고 많은 사람이 생각하지 않았나. 나도 말은 안 했지만 어느 정도 그렇게 생각했다. 조 교수는…,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의원, 당원들로부터의 수용성이….” 조 교수가 당내 의원들에게 위원장으로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뉘앙스로 들렸다.

―혁신위의 인적 쇄신, 공천 물갈이에 동의하나.

“일단은 그렇다. 당의 명운을 김 혁신위원장에게 맡겨놓았다. 지금은 (당 구성원 모두가) 자기 존재의 기본적 가치마저도 부정함으로써 스타트라인을 재조정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옳고 그르고를 떠나 혁신위원장의 판단과 주문에 따라야 한다.”

―‘연계’라는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수정을 고수한 이유가 뭔가.

“연계가 아니다. 지난달 10일 여야 원내대표 합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한 테이블에 올려놓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로) 수많은 아이들이 수장됐고, 진실을 인양해야 한다는 국민적 여망이 있다. 그런데 정부의 시행령은 특별법을 위반한 것이다. 그걸 고치는 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하다.”

―강경파라는 말에 동의하나.

“나는 굉장히 우유부단하다. 우유부단의 좋은 측면은 부드럽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강경하다는 평가가 나올까. 정부가 약속을 안 지키기 때문이다. 정치를 핸들링해 나가는 사람들의 수준이 정말 비합리적이다. 입법권 독재? 말도 안 된다. 초등학교 5학년들에게 물어봐도 다 안다. 울화증이 난다. 그래서 강경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검토한다는 얘기도 있다.

“거부권은 박 대통령의 권리다. 그러나 국회의원 211명이 동의했기 때문에 거부권 행사를 신중히 해야 할 것이다. 거부권을 행사해 재의결한다 해도 새누리당 의원들은 찬성표를 던지리라 믿는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주례회동도 하지 않고 있다.

“매일이라도 만나고 싶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가 당청 관계에서 굉장히 힘들어하는 것 같다. 이럴 때 자주 보는 건 그에게 좋을 것 같지 않다.”

민동용 mindy@donga.com·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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