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이 한줄]전업맘도 워킹맘도 고달픈 ‘양육전쟁’… 해법은 없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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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킹맘은 시시때때로 ‘아이도 제대로 못 키우면서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이 고생인가’라는 회의에 젖고 전업맘은 ‘돈도 못 벌면서 아이도 제대로 못 챙기니 이게 무슨 꼴인가’라고 자책한다. 고군분투해도 엄마 노릇은 불충분하기만 하다. ―엄마의 탄생(김보성 김향수 안미선 지음·오월의봄·2014년) 》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는 여고생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아들을 구하려는 엄마의 광기 어린 모정을 다뤄 화제가 됐다. 엄마 덕분에 진범인 아들은 혐의를 벗지만 다른 정신지체 청년이 죄를 뒤집어쓴다. 내 아들이 진범이라고 고백할 수도, 무고한 청년을 변호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엄마는 그 청년에게 울부짖는다. “넌 엄마 없니, 엄마 없어?”

꼭 영화 얘기만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엄마는 ‘슈퍼맨’이다. 먹거리 불안에 맞서 ‘엄마표’ 간식으로 내 아이의 건강을 챙기고, 수년에 걸친 성장앨범을 준비해 아이의 초등학교 자기소개 시간에 꺼내놓는다. 아이가 영어유치원에 다니면 엄마 스스로 영어 공부도 마다하지 않는다. 저자들은 아이 스펙의 기획·관리자로서 엄마의 역할은 끝이 없다고 말한다.

자아실현의 꿈을 키워온 ‘고학력맘’들이 스스로 모성의 덫에 뛰어드는 모습은 언뜻 보면 의아하다. 저자들은 과거와 달리 요즘 여성들은 숱한 검토 끝에 결혼을 할지, 아이를 가질지 등의 인생 경로를 선택하는 데서 그 배경을 찾는다. 엄마가 되기로 신중하게 선택을 한 여성은 역설적으로 아이를 통해 끈질기게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발적이라고 해서 엄마들의 신음을 놔둬도 괜찮은 것은 아니다. 아이가 아파도, 잘 안 먹어도, 공부를 못해도 “다 엄마 탓”이라는 지적은 엄마들에게 너무 무거운 짐이기 때문이다. 육아의 사회적 기준이 지나치게 높다 보니 워킹맘이든 전업맘이든 늘 아이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함과 죄책감을 떠안고 산다. 해법이 쉽진 않다. 다만 저자들은 엄마들의 눈물과 한숨, 우울과 히스테리가 개인의 문제가 되지 않도록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을 제안한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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