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빠른 ‘인버터 모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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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백색가전시장 휩쓰는 국내 업체 비결은
17년전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 세탁기에 달아 다양한 움직임 구현
배터리-주변상황 고려해 강약조절… 소음-전력소비 줄이고 수명은 늘려

LG전자 트롬 세탁기, 더블매직 스페이스 냉장고, 듀얼 에어컨은 상황에 맞게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는 ‘인버터 모터’를 달아 성능 향상과 전력사용량 감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LG전자 제공
LG전자 트롬 세탁기, 더블매직 스페이스 냉장고, 듀얼 에어컨은 상황에 맞게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는 ‘인버터 모터’를 달아 성능 향상과 전력사용량 감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LG전자 제공
냉장고 문을 자주 여닫을 때나 따뜻한 음식을 넣을 때 냉기가 조절되면서 보관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준다. 무선청소기는 배터리 상태에 따라 세기가 변화하면서 과열을 방지한다. 에어컨은 바람 양을 ‘온도 흔들림(에어컨 가동 시 설정온도보다 지나치게 추워지거나 더워지는 경우)’이 없도록 적절히 조절한다.

최신 가전제품들이 자랑하는 기능들이다. 사용자가 따로 조작하지 않아도 사용 특성에 따라 ‘알아서’ 작동하기 때문에 편리하다. 이런 기능들의 공통점은 ‘인버터 모터’를 기반으로 구현된다는 점이다.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 기술은 한국이 세계 백색가전 시장을 휩쓸게 된 비결로 꼽힌다.

○ 똑똑해진 가전의 심장

모터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백색가전 제품에서 자동차 엔진처럼 기능을 구현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일반 모터가 일정 속도의 작동과 정지 두 가지만 가능한 데 반해 인버터 모터는 속도를 상황에 맞게 조절하면서 가동한다. 모터를 항상 최고속도로 가동할 필요가 없어 전력사용량도 줄어든다.

최초의 인버터 모터는 LG전자가 1998년 개발한 세탁기용 ‘다이렉트 드라이브(Direct Drive·DD)모터’다. 세탁통이 일정한 속도로만 돌았던 기존 제품과 달리 모터의 움직임을 조절하면서 세탁에 필요한 다양한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이런 특성 덕분에 두드리기, 비비기 등 6가지 동작을 구현한 ‘6모션’ 기능이 가능해졌다. 국내외 전자업계에선 LG전자가 세계 세탁기 시장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던 ‘신의 한 수’라고 평가한다. LG전자 관계자는 “드럼세탁기는 이미 수년 전부터 DD모터를 모든 라인업에 적용하고 있다”며 “전자동세탁기도 인버터 모터 탑재율이 50%를 넘었다”고 설명했다.

인버터 모터를 청소기에 적용하면 흡입력을 높인다. 특히 무선청소기의 경우 배터리 성능을 오래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기존 모터는 배터리 상태와 상관없이 모터가 작동함으로써 과부하를 유발해 수명이 줄어드는 단점이 있었다. LG전자가 무선청소기 ‘코드제로 싸이킹’에 적용한 ‘스마트 인버터 모터’는 배터리 전압에 따라 속도가 조절된다. 이 제품은 기존 제품에 비해 소모 전력량은 30% 가까이 줄이면서도 흡입력은 18%가량 세다.

○ 냉장고·에어컨에도 탑재 비중 늘어나


냉장고 에어컨 등 냉기를 발생하는 가전제품에도 인버터 모터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LG전자는 “냉장고의 인버터 모터 탑재율은 올해 50%를 넘고 스탠드형 에어컨도 국내 제품 비중으로만 보면 90%가 넘어섰다”고 말했다.

냉장고에 적용된 인버터 모터는 식품 보관온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정확히 필요한 만큼의 냉기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갑자기 많은 음식을 넣거나 문을 자주 여닫는 때에는 강력한 냉기를 만든다. 오랫동안 문을 열지 않을 때는 가동을 줄인다. 이 때문에 전력 효율이 높고 소음도 적다.

에어컨에서도 인버터 모터가 냉장고와 비슷한 기능을 한다. 냉매 순환 속도를 필요에 맞게 조절해 처음 켰을 때는 최대 속도로 돌아가면서 빠르게 냉기를 뿜어낸다. 설정 온도에 도달한 후에는 0.5도 이내로 온도 흔들림을 최소화한다. 사용 전력량은 일반 모터를 탑재한 에어컨에 비해 절반 이상 적다. LG전자 관계자는 “가전제품별로 인버터 모터 탑재 비중을 계속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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