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질투’, 트렌디 드라마의 탄생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6월 1일 07시 05분


■ 1992년 6월 1일

신선한 포맷과 구성, 이야기를 담은 TV프로그램은 늘 각광받기 마련이다. 이를 위한 제작진의 노력은 때로 한국 방송사에 또 다른 역사로 남기도 한다.

1992년 오늘, ‘트렌디 드라마’라는 새로운 개념의 이야기가 시청자를 만났다. MBC 미니시리즈 ‘질투’(사진)다. 고 최진실을 비롯해 최수종, 이응경, 김혜리 등이 주연한 드라마로, 젊은이들의 풋풋한 사랑과 우정을 그렸다. ‘남녀친구 사이에 과연 사랑은 가능한가’라는 동서고금의 오래고 진부한 ‘질문’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특히 세 남녀의 얽히고설키는 관계 속에서 서서히 사랑을 확인해가는 두 남녀의 이야기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국내 첫 트렌디 드라마로 남은 ‘질투’는 최연지 작가와 이승렬 PD가 손잡고 당대 젊은이들의 풍속도를 그리며 인기를 얻었다. “파라솔 밑에서 마시는 톡 쏘는 사이다맛”(1992년 7월2일자 동아일보) 같은 호평도 이어졌다. 특히 속도감 있고 세련된 그래서 더욱 감각적으로 보인 영상과 빠른 전개는 젊은 세대들의 가벼운 듯하면서도 감성적인 사랑 이야기를 돋보이게 했다. 이를 토대로 드렌디 드라마는 대중에게 극중 등장인물들의 패션 트렌드 등을 전파하며 대중문화의 또 다른 감각적 소비양식으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질투’가 이끈 트렌디 드라마의 힘은 이후 ‘파일럿’ ‘마지막 승부’ ‘사랑을 그대 품안에’ 등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로서 자칫 우리 사회를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를 외면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또 안방극장에서 과도한 멜로의 이야기가 넘쳐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사실 ‘트렌디 드라마’는 그 이전 일본에서 처음 쓰인 용어로, 국내 방송 관련 개념으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993년 이후다. 아직 대중문화를 학문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자리 잡지 못했던 탓이었다.

한편 ‘질투’는 유승범이 부른 주제가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노래는 일본 가요를 표절했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