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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사라진 vs 남아있는… 전통건축물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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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사라진 vs 남아있는… 전통건축물을 말한다

손택균기자 입력 2015-05-30 03:00수정 2015-05-30 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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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낙원, 원명원/왕롱주 지음/김승룡 이정선 옮김/464쪽·1만5000원·한숲
◇한국건축 중국건축 일본건축/김동욱 지음/360쪽·1만7000원·김영사
서울 종로구에 남아 있는 조선시대 문묘(文廟·공자를 받드는 묘소)의 대성전(大成殿·위패를 모시는 전각). 지붕의 곡선 흐름에 따라 벽면 기둥도 살짝 안쪽으로 휘어진 형태로 만들었다. 김영사 제공
두 책 모두 궁금한 주제다. 한쪽은 중국 청조 전성기 역량을 집적해 담았던 것으로 전해지는 공간의 성쇠 이야기. 다른 하나는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 전통 건축의 닮은 듯 다른 점을 요소별로 살피겠다는 기획. 독자로서 결론부터 내놓자면 어느 쪽도, 시간 들여 살펴보라 권하기 어렵다.

당의 승려 현장이 석가모니의 탄생을 맞아 “모든 지혜를 두루 밝힐 것(圓明一切智)”이라 말한 데서 명칭을 가져온 원명원(圓明園)은 청의 4대 황제 강희제가 아들 윤진(옹정제)에게 하사한 별장을 손자 건륭제가 증축해 1772년 완성한 황실 정원이다. 베이징 서쪽 교외의 동서 2.4km, 남북 1.9km 규모 대지에 수많은 인조 구릉과 호수를 화려하게 꾸몄다고 한다. 일부 건물은 선교사로부터 얻은 정보를 토대로 삼아 서양식으로 지었다.

심원과 왕유돈이 그린 ‘원명원40경도영’ 중 18경회방서원. 한숲 제공
옹정제는 이 공간을 매우 사랑해 “짐이 원명원에 머무는 것은 궁중(에 머무는 것)과 차이가 없다. 모든 정무를 (이곳에서도) 평상시처럼 처리하겠다”는 지시를 내렸다. 이후 그는 원명원에서 기거하며 궁궐인 자금성에는 꼭 필요할 때만 행차했다.

시종 ‘그랬다고 한다’라는 문장의 연속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1860년 베이징을 침공한 영국군과 프랑스군의 약탈과 방화로 대부분 소실된 뒤 몰락을 거듭한 이 공간에서 지금 볼 수 있는 것은 “황폐한 벌판”뿐이다. “풍수의 어울림을 소홀히 여기지 않은 원림(園林) 예술의 집대성”이라는 건 결국 기록에 남은 흔적의 조각을 모은 상상에 기댄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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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인 저자는 끌어 모은 자료를 ‘건축’과 ‘역사’ 두 묶음으로 나눠 차례로 배치했다. 그가 판단한 건축은 원명원을 어떻게 뚝딱뚝딱 두드려 만들었는가에 대한 ‘공사 기록’이다. 그 공간이 당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어떻게 쓰였으며 어떻게 스러졌는지 알려주는 ‘건축 이야기’는 오히려 후반부 묶음에 있다.

번역자가 ‘학술서를 바탕으로 한 대중서’라 일러둔 것도 책장을 넘길수록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저자는 “중국인 처지에서 원명원이 외부의 폭력에 의해 훼손된 일은 국가적 수치이며 이를 통해 역사의식을 고취하는 것은 크게 비난할 일이 아닐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것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태도다. 원명원이라는 소재에 대해 중국 밖의 독자와 얼마나 교감하고 싶어 한 것인지 묻고 싶다.

세 나라 전통 건축을 비교해 분석하겠다고 내놓은 책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책 중반쯤 실은, 1980년대 초 대사관 직원에게서 들었다는 이야기다. 서울 강남 횟집에 영입된 일본인 요리사가 처음에는 한국 견습생의 명민함에 감탄하다가 차츰 ‘자기 방식’을 만들어 고집하기 시작하는 것 때문에 몇 번이나 거듭 실망했다는 것. 정한 원칙에 따라 다소곳이 정리된 일본 건축과 하나의 유형을 두고 지역별로 다채롭게 변형되는 한국 건축의 자율성을 함축해 대비시키는 이야기다. 이런 통찰이 풍부하게 이어지지는 않는다. 지은이 스스로 밝혔듯 “중국 건축은 개설서를 읽고 몇 차례 단체 여행을 가서 건물을 조금 구경했을 뿐”임이 틀림없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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