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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김산하 씨 “숲뿐인 밀림에서의 고독, 긴팔원숭이에게 위로 받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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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김산하 씨 “숲뿐인 밀림에서의 고독, 긴팔원숭이에게 위로 받았죠”

김윤종기자 입력 2015-05-16 03:00수정 2015-05-16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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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숲/김산하 지음/352쪽·1만9500원/사이언스북스
‘비숲’을 쓴 김산하 씨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에서 나무 위 긴팔원숭이를 관찰하고 있는 김산하 씨. 그는 야생영장류 연구를 위해 2년간 밀림에서 지냈다. 사이언스북스 제공
이 책을 덮는 순간에는 저자 김산하 씨(39)가 어떤 인물인지도 궁금했다. 그는 한국 최초의 야생 영장류학자로 통한다. 서울대 동물자원과학과를 나온 후 인도네시아 열대우림 ‘구눙할라문’ 국립공원에 홀로 들어가 2007∼2009년 ‘자바 긴팔원숭이’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으로 멸종위기종을 연구하고 있다.

이 책은 밀림에서의 2년을 담은 에세이다. 정글 속의 좌충우돌을 마치 옆에서 보는 듯 생생한 것이 장점. 김 씨가 직접 그린 그림과 사진이 담긴 점도 책의 재미를 더한다. 13일 그를 만났다. “전기, 수도, 전신, 우편 시스템조차 없는 곳이에요. 물은 숲에 흐르는 냇물에 호스를 연결해 충당했어요. 화장실로 뱀장어가 관을 타고 오기도 했죠.(웃음)”

그는 매일 밀림을 누비며 긴팔원숭이를 뒤쫓았다. 당시의 고생이 느껴졌다.

“모기와 쇠파리는 피를 빨아 먹고 날파리들은 눈을 향해 돌진해 옵니다. 송충이 털에 한번 닿으면 가려움 때문에 경기가 들 정도예요. 처음 3개월은 ‘고독’이 가장 힘들었어요. 밖에 나가면 숲뿐이고, 아무것도 할 게 없다는 것이 괴롭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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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위로한 것은 연구 대상인 긴팔원숭이. 하지만 긴팔원숭이와 친해지는 것은 쉽지 않았다. “보통 동물은 사람이 나타나면 도망가니 숨어서 몰래 관찰하죠. 긴팔원숭이도 물론 처음에는 도망갑니다. 하지만 영장류는 쫓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도망가는 것을 포기해요. 영장류 특유의 지겨워하는 능력 때문이죠. 이후에는 사람이 접근해도 신경도 쓰지 않고 자기 일을 합니다.”

김 씨는 8개월간의 추격전을 벌인 끝에야 ‘근처에 있어도 좋다’는 긴팔원숭이 무리의 암묵적 허락을 얻어 낼 수 있었다. 왜 원숭이에게 집착하게 됐을까? 그는 “어린 시절 외교관인 아버지 때문에 열대성 기후를 가진 스리랑카를 비롯해 강추위로 유명한 덴마크 등 다양한 환경을 경험하면서 다양한 동물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소설 ‘정글북’을 좋아해 자신의 방을 밀림, 정글을 뜻하는 우리말 ‘비숲’이라 불렀을 정도.

“긴팔원숭이는 인간과 같은 유인원이다 보니 인간의 생물학적 맥락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영장류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어요.”

그는 지난해까지 서울 서초구에 살다가 적응하지 못하고 강릉으로 이사했다고 한다. “온갖 기계음, 전화, TV 소리까지. 소음이 힘들었어요. 밀림을 경험한 후 자연적 환경에 익숙한 사람이 됐는데 남들은 아니니 괴리감이 컸습니다.”

그는 “사람들이 너무 자연과 떨어져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인간은 숨쉬기, 식량 등 모든 것을 자연에 의지하고 살면서 오히려 자연을 이질적으로 느끼고 있어요. 자연이 인간 세계로 비집고 들어오면 자연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까지 여깁니다. 하지만 자연과 멀어지면 인간은 피폐해집니다. 요즘 발생하는 무차별적 폭력이나 사랑하는 사이에서도 문자메시지 하나 보내고 헤어지는 모습까지….”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자연을 동경한다고 그는 밝혔다.

“밀림으로 떠나기 전 ‘나, 긴팔원숭이 연구하러 떠나’라고 말하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환하게 웃으며 제 계획을 반기더군요. 정치가 어떻고, 경제가 어떻고 심각하게 세상살이를 이야기해도 ‘원숭이’ ‘밀림’ 얘기만 잠깐 들어도 안색이 좋아지는 걸 보면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야생과 자연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있다는 겁니다. 그 감수성을 글을 통해 연결하고 싶었습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비숲#긴팔원숭이#정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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