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소설로 묻는 질문, 개인 행복 vs 사회적 책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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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답함/방민호 지음/220쪽·1만2800원·작가세계

한국 문단에서 평론가, 시인,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대 국문과 교수이기도 한 저자. 그가 일본 대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무슨 영향을 받았나 궁금해서 집어 들었다. 하루키는 1990년대 혁명과 이념에 사로잡힌 청춘들에게 ‘섹스가 코풀기보다 쉬운’ 쿨하디 쿨한 삶의 방식을 전수하며 확고한 팬을 확보하지 않았던가.

표제작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답함’에서 임기제 연구교수인 주인공 남자는 훌쩍 하와이로 떠난다. 하루키의 강연회를 보러 오라는 옛 여자친구의 부름을 받고서다. 출국 전 그는 인터넷서점과 중고서점까지 뒤져가며 과거에 하루키의 책을 통해 자신에게 던져졌던 질문을 다시 찾아 나선다. 그는 1980년대 운동권 조직에 몸담았다가 이탈해 ‘사회라는 괴물의 아가리 속’이 무서워 대학원으로 진학한 먹물이었다. 그가 떠올린 질문은 이랬다.

“나는 사회라는 것의 개선을 위해 살지 않겠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동안 수없이 많은 또 다른 문제들이 생겨나는 것을, 무엇 때문에 오로지 한 번뿐인 삶을 그렇게 덧없이 허비한단 말인가.”

하루키를 만난 주인공은 그 역시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단 걸 알게 된다. 게다가 그 질문이 소설에 있기나 했는지,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닌지 헷갈려 한다. 한국에 오고서야 그는, 정답은 아니지만 한 줄기 빛을 본다. “사람에게는 두 개의 대립하는 유전자 쌍이 있다. 하나는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해 살도록 한다. 다른 하나는 타인을 생각하며 살도록 한다. 전자는 늘 후자보다 우월하다. 하지만 그것이 유전자인 한 후자 또한 자기를 버리지 못한다.”

저자는 실제로 2013년 하와이로 건너가 하루키의 강연회에 참석했다. 소설 속 주인공이 저자의 분신이 맞다면, 이른바 ‘하루키식’의 개인 행복과 그가 고민했던 사회적 책임 사이에서 균형 있는 길을 찾은 것이 아닐까. 주인공은 ‘글이 나를 어둠에서 건져 올려줄 것’이라고 한다. 저자는 올해 첫 장편소설 ‘연인심청’, 세월호 추모 공동소설집, 추모시집에 이어 네 번째 저서이자 첫 소설집인 이 책을 펴냈다. 창작집엔 표제작처럼 발로 뛴 땀내가 느껴지는 ‘서쪽으로 더 서쪽으로’ ‘짜장면이 맞다’ 등 7편이 수록됐다. 저자의 소설 창작 활동이 소통이란 사회적 책임까지 완수할지 기대해본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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