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권 전쟁의 중립지대 ‘면접교섭센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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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부모 이혼 겪은 미성년 자녀 8만8200명
서울가정법원 ‘이음누리’ 등 운영… 부모-아이 만남 통해 정서적 상처 치유

지난달 30일 서울가정법원 면접교섭센터 ‘이음누리’ 내 관찰실에서 면접교섭위원이 자녀들의 심리 상태와 행동을 일방거울(매직미러)과 PC 모니터로 관찰하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지난달 30일 서울가정법원 면접교섭센터 ‘이음누리’ 내 관찰실에서 면접교섭위원이 자녀들의 심리 상태와 행동을 일방거울(매직미러)과 PC 모니터로 관찰하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지난달 말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가정법원 7층 면접교섭실. 조심스레 방문이 열리고 18개월 된 예원이(가명)가 엄마의 손을 잡고 들어오다 아빠를 보자마자 낯선 사람을 본 듯 갑자기 뒷걸음을 쳤다. 엄마가 괜찮다고 했지만 예원이는 엄마 다리 사이로 얼굴을 파묻었다. 보다 못한 가사조정위원이 끼어들었다. “아빠가 장난감 볼링핀을 건네 주세요.” 몇 차례 시도 끝에 가까스로 예원이는 고개를 돌려 아빠에게서 볼링핀을 받아들었다. 쉽지 않은 부녀의 만남은 그렇게 이뤄졌다.

면접교섭은 이혼 등으로 자녀를 양육하지 않게 된 부모라도 아이를 만날 수 있도록 보장된 민법상 권리다. 서울가정법원은 이혼 소송을 진행 중인 부부가 유아인 자녀 양육권을 놓고 다투는 경우, 아이와 부모가 만날 수 있도록 면접교섭실을 운영하고 있다. 재판부는 면접교섭실에서의 상황을 놓고 양육 환경, 부모와의 심리적 교감 등을 직접 관찰·조사한 뒤 양육자 결정 판단 자료로 활용한다.

지난해 11월 서울가정법원 1층에 문을 연 면접교섭센터 ‘이음누리’도 있다. 부부 간 갈등이 심화돼 면접교섭이 원활하지 못한 부모와 자녀의 만남을 위해 마련된 일종의 ‘중립지대’다. 약 110m²의 공간에 면접교섭실 2개, 관찰실 1개, 당사자 대기실, 상담실로 구성돼 있다. 당초 이혼이 확정된 가정으로 이용 대상을 한정했지만 3월부터는 이혼 소송 중인 가정에까지 확대 실시됐다. 서울에 거주하는 만 13세 미만의 자녀로 제한해 운영되는 이음누리에서는 지난 6개월 동안 21건의 면접교섭이 이뤄졌고, 이용 당사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부모의 이혼을 겪은 미성년자는 8만8200여 명. 부모가 갈라서면서 정신적으로 상처 받은 자녀들을 어루만지고, 자녀들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하기 위해 올바른 면접교섭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면접 교섭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 부모 어느 한쪽의 의견만 일방적으로 듣는 자녀에게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면접교섭실과 이음누리 모두 미성년 자녀 보호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있다. 이음누리 센터장 이수영 부장판사는 “이혼 소송에서 부부의 해체가 가족 전체의 해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자녀는 이혼 소송에 전혀 개입할 수 없어서 어떻게든 법원이 보호해 줘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는 “어린 자녀들이 성년이 될 때까지 면접교섭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후견자 역할을 하는 법원 내 기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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