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바이오 스타벤처의 ‘가짜 백수오’ 진상규명 이제부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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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이상 코스닥 시장을 뒤흔들었던 ‘가짜 백수오’ 의혹이 어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식약처는 13개 백수오 제품과 내츄럴엔도텍의 원료를 분석한 결과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해외 사례에선 인체 위해성이 없다지만 작년 식약처에 신고된 건강기능식품 부작용 추정 사례 1733건 중 백수오 관련 제품이 301건으로 2위다. 백수오 제품을 산 홈쇼핑 고객들의 환불 요구가 빗발치고, 내츄럴엔도텍의 주가 폭락에 코스닥이 요동치는 등 파문은 일파만파로 번지는 추세다.

이번 일은 22일 한국소비자원이 “백수오 제품 32개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 내츄럴엔도텍을 비롯한 21개 제품에서 ‘가짜 백수오’인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백수오는 3, 4년 전부터 여성의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홈쇼핑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모은 한약재다. 이엽우피소는 겉보기에는 백수오와 비슷하지만 가격이 백수오의 3분의 1인 데다 재배 기간도 짧다. 내츄럴엔도텍은 소비자원의 검사 방식에 문제가 있다면서 소송을 제기하며 반발했지만 식약처는 소비자원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가짜 백수오 파문은 이제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내츄럴엔도텍은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바이오 벤처 중에서도 대표 주자다. ‘2014 창조경제박람회’에선 창조경제를 선도하는 대표 기업으로 동탑산업훈장까지 받았다. 그런 회사에서 만든 제품에 어떻게 가짜 백수오가 들어갔는지 검찰은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소비자원이 원료를 수거해 간 이후 회사 임원들이 잇따라 보유 주식을 팔아 치우고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한 정황도 의구심을 낳는다.

내츄럴엔도텍은 소비자원 발표 직전인 21일 시가총액이 1조6700억 원이었으나 최근 논란으로 연일 하한가를 치면서 1조 원 이상이 증발했다. 선의의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혔고 코스닥 시장의 신뢰성에도 부정적 여파를 남겼다. 코스닥 시장과 건강기능식품 업계는 걸핏하면 ‘가짜 기술’이나 ‘가짜 성분’ 문제가 불거져 제 발등을 찍곤 했다. 코스닥 시장의 허약 체질이 여지없이 드러나면서 진짜 바이오 벤처 등을 위한 코스닥 부양책이 흔들릴까 걱정이다.
#가짜 백수오#식약처#내츄럴엔도텍#이엽우피소#바이오 벤처#동탑산업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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