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서의 최고봉 ‘제주 탐닉’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30일 19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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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여행서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 내가 찾던 책이야.”

이 책을 받아들고 쓰윽 일독한 뒤 뇌까렸던 말이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이런저런 여행 책들을 많이 접한다. 이 책도 ‘그저 그런 여행 책 중의 하나겠지’라로 생각했다. 사실 여행 책이 얼마나 많은가.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게 여행 책 아닌가. 그런데 선입견을 한방에 무너뜨렸다. 단언컨대 제주여행에 관한 한 ‘꽤 괜찮은 책’이다. 정보면에서 보면 톱 클래스다.

좀 과장되게 설레발친 책의 주인공은 ‘제주탐닉(문신기 문신희 강경필 안혜숙 지음 l 디스커버리미디어 펴냄)’이다. 먼저 저자들이 맘에 든다. 4명의 필자는 제주로 이민 갔거나, 제주 출신으로 지금 제주도에 거주한다. 현지인이다. 그러기에 제주의 변화와 속살 그리고 애정이 듬뿍 담겼다.

저자들은 거주지를 기준으로 동서남북 4등분으로 나누어 블로그와 페이스북, 여행 책에 실린 여행지와 맛집, 카페, 숙소, 오름 등을 1년간 발로 뛰며 체크했다. 혹시 ‘돈 받고 좋게 쓰지는 않았나’ ‘정보보다는 문장력으로 화려하게 꾸미지는 않았나’ ‘정보는 정확한가’하는 의심을 품고 취재했다.

그러기에 구성과 정보, 이야기가 알토란같다. 책은 9개 테마로 나누어 구성됐다.(제주 여행이 9개씩이나 나눌 정도로 다양했던가?) 먼저 서문형식으로 8가지 키워드로 제주도의 과거와 현재에 대해 소개했다. 일종의 에피타이저인 셈이다. 아무 생각 없이 제주에 오지 말고 적어도 요 정도는 알고 오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두 번째 챕터부터 본격적인 제주여행이다. 제주도를 즐기는 11가지 테마여행으로 묶었다. 미식여행, 카페여행, 드라이브코스, 학습여행, 걷기여행, 감성여행, 축제여행 등 테마별로 적합한 곳을 소개했다.

세 번째 챕터는 서귀포의 핵심 여행지와 맛집 카페 코너다. 한 지역을 깊이 있게 여행하는 심화학습이다. 이중섭문화거리, 대포주상절리 등 서귀포 구석구석의 여행지와 맛집 카페를 총망라했다. 이런 형식으로 협재 송악산 제주 등 서부지역과 성산 섭지코지 비자림 등 동부지역 그리고 제주시를 샅샅이 훑었다.

동서남북을 다 소개해도 좀 찜찜한 구석이 있었나 보다. 일곱 번째 챕터엔 올레의 핵심코스를, 여덟 번째 챕터엔 한라산과 오름 그리고 숲길을, 아홉 번째 챕터엔 제주의 위성 같은 섬, 이를테면 우도 마라도 가파도 비양도 등을 ‘원숭이 이 잡듯이’ 소개했다. 이 정도면 끝이겠거니 했더니 디저트가 나온다. 지역별 숙소와 제주 교통정보에서 찾아보기까지 참 친절도 하다.

이 책 하나면 먹고 보고 느끼고 걷고, 지성에서 감성까지 즐기는데 차고도 남는다. 책을 덮고 나면 드는 생각 하나. ‘나도 다 때려치우고 떠날까.’ 아, 제주에 가고 싶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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