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명목’ 브로커에 뒷돈 받은 혐의, 前투자회사 대표 기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30일 15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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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로부터 투자 청탁을 받고 부실한 회사에 투자하며 뒷돈을 챙긴 전직 투자회사 대표가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김형준)은 2010년 7월부터 2013년 6월까지 SBI글로벌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금융브로커의 투자 청탁을 받고 사례금 등의 명목으로 3억9000만 원을 챙긴 혐의(배임수재)로 윤모 씨(41)를 구속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윤 씨는 브로커의 투자 청탁을 받은 뒤, 재무상태가 부실해 다른 투자자를 못 구하던 회사에도 담보 확보 등을 소홀히 한 채 투자를 결정했다. 이로 인해 SBI글로벌인베스트먼트는 약 80억 원의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

검찰에 따르면 윤 씨는 약 1800억 원 규모의 국민연금 출자금을 운용하는 사모투자전문회사(PEF·Private Equity Fund) 운용사 대표이사도 겸직했다. 사모투자전문회사란 소수의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으로 기업, 금융회사 등을 인수해 구조조정으로 가치를 높인 뒤 되팔거나 주식시장에 상장해 수익을 얻는 펀드다. 검찰은 사모투자전문회사 운용사 대표가 투자 대가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챙겼다가 적발된 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투자알선 비리에 가담한 브로커 2명도 기소했다. 미국변호사인 금융브로커 김모 씨(44)는 윤 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5개 회사에 총 12건, 합계 약 905억 원의 투자를 알선했다. 김 씨는 단순히 윤 씨를 소개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투자금의 약 3~5%를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받아 약 24억 원을 챙겼다. 이때 윤 씨에게 지속적인 투자 등을 청탁하면서 투자 성공 사례금 등의 명목으로 약 3억9000만 원을 넘긴 혐의(배임증재)를 받고 있다. 투자를 받은 회사는 이런 행위가 업계의 관행이며, 을의 지위에 있어 투자자의 요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유로 수억 원대의 소개비를 지급했다.

김 씨는 국책은행 출신의 또 다른 브로커 이모 씨(46)와 함께 국책은행에 5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알선하기도 했다. 해당 은행의 투자가 성공하자, 두 사람은 투자받는 회사로부터 투자금의 3%인 1억6000만 원을 수수료로 받아 나눠 가진 혐의(알선수재)를 받고 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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