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반성 없는 일본 모습에 슬픔 느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등 150명… 아베 美연설 앞두고 빗속 수요시위

“日은 사죄하라”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176회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이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日은 사죄하라”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176회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이 일본의 사죄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미국을 방문 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을 앞둔 29일 낮 12시.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제1176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는 진행됐다.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89), 길원옥 할머니(87)를 비롯해 약 150명의 시민이 모였다. 이들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 없는 아베 총리의 태도를 비판하고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촉구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2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발표된 ‘미일 비전 공동성명’이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한다고 우려했다. 정현백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과거사 반성 없이 패전국의 위치를 벗어나려는 일본의 모습에 슬픔을 느낀다”며 “반성과 사과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베 총리가 위안부 문제를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라 표현하고, ‘깊은 고통을 느낀다(deeply pained)’는 말로 사죄를 회피하려 하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시위를 주최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윤미향 대표는 “위안부 문제를 정부 입장이 아닌 개인 감상 따위로 치부한 발언”이라며 “두 할머니를 비롯한 증인들이 살아있을 때 반드시 사과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시위에는 중국인과 일본인들도 참석했다. 중국계 미국인 스용 씨(54)는 “중국에도 수많은 위안부 피해자가 있는데 일본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이를 알리기 위해 소녀상 옆에 중국인 소녀상도 설치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위에 참석한 나카무라 유코 씨(21·여)는 “총리 때문에 부끄럽다. 역사를 조금만 공부하면 알 수 있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아베 총리가 미 의회 연설에서 어떤 식으로든 ‘사죄’ 표현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주한 미국대사관에 “아베 총리의 의회 연설을 허락한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피해자를 모욕하고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위안부#아베#과거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