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저성장에 전기 남아” 발전소 더 안짓기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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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계획된 火電-原電 완공되면… 정부, 신규 허가 내주지 않을 방침

정부가 현재 짓고 있거나 계획 중인 화력 및 원자력 발전소가 완공되면 이들 종류의 발전소를 더이상 건설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화력 및 원자력 발전소는 현재 국내 전력 설비의 87.4%(2014년 말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철강, 석유화학 등 전기를 많이 쓰는 주요 제조업의 성장세가 꺾이는 등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지금 있는 발전소만으로도 수요를 감당하기에 무리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불과 2, 3년 전까지 한여름과 한겨울에 극심한 전력난을 겪은 데다 향후 10년간 원자력 발전소 6기의 설계수명이 끝나는 만큼 공급 축소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9일 관계당국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6월 말까지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향후 10년간 원전 9기가 신규로 완공되고 전력 소비가 둔화되는 점을 감안하면 발전소 추가 건설은 어렵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화력 발전에 향후 신규 건설허가를 내주지 않을 방침이다. 단, 원자력 발전은 한국수력원자력이 계획 중인 물량 중 경북 영덕군에 지을 원전을 수급계획에 반영할 예정이다. 영덕원전(가칭)은 당초 2013년 확정한 6차 수급계획에 포함될 예정이었으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안전 문제가 불거지면서 반영이 연기됐다.

정부가 발전소를 증설하지 않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성장 국면이 지속되면서 과거처럼 전력 소비가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 “다시 전력난 시달릴라” 공급축소 신중론도 ▼

신규 발전소 더 안짓는다


2002∼2011년에 연평균 5.6%에 달했던 전력 소비 증가율은 2013년 1.8%에 그친 데 이어 지난해에는 0.6%로 1998년(―3.6%) 이후 가장 낮았다.

특히 전력 다소비 업종인 철강, 석유화학 등이 중국 등에 밀리면서 생산량이 줄어든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철강과 석유정제 부문의 출하액은 전년 대비 각각 8.2%, 7.3% 감소했다. 경북 경주 월성 1호기 재가동이나 경남 밀양 송전탑 사태 등에서 드러났듯이 전력 설비 건설을 둘러싼 국민적 갈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변수다.

산업부는 이날 국회 업무보고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대응에 발맞춰 저탄소 및 분산형 발전소 건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방침이 ‘제2의 전력난’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정부는 매년 전력 수요가 100만∼200만 kW 늘어날 것으로 전망해 원전을 2기(신한울 1, 2호기)만 건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2010년 여름철 최대 전력 수요가 6989만 kW로 전년보다 무려 660만 kW나 급증하며 ‘9·15 대정전’을 겪었다.

전력난에서 벗어난 지 겨우 2년 안팎에 불과하고, 발전소는 계획에서 준공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수급계획을 더 신중히 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원철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신재생 에너지 공급이나 수요 조절, 원전 건설에 따른 변수 등을 감안하면 공급을 줄이는 게 타당한지 미지수”라며 “건설에 10년 가까운 긴 시간이 소요되는 발전소 특성을 감안해 신중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발전소#저성장#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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