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한인학생 “일부 日유학생, 정부 차원 사과 필요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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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4월 29일 10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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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현지 시간) 미국 보스턴 하버드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왼쪽)와 한인 시민단체 회원들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위안부 강제동원 부정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하버드대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연설했다. 
보스턴=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27일 오전(현지 시간) 미국 보스턴 하버드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왼쪽)와 한인 시민단체 회원들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위안부 강제동원 부정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하버드대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연설했다. 보스턴=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미국을 방문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하버드대학교 케네디 스쿨 강연에서 또 다시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해 ‘인신매매’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사과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강연장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인 한 한인 학생은 현장 분위기를 언급하면서 “일부 일본 유학생들이 ‘정부 차원에서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27일 오전 미국 보스턴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에서 아베 총리의 강연이 진행된 가운데, 건물 밖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와 하버드대 학생 150여 명이 ‘역사를 직시하라’, ‘역사는 다시 쓸 수 있어도 진실은 결코 다시 쓸 수 없다’, ‘가슴 아프다는 말로는 충분하지 않다’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한인 학생 윤준찬 씨는 29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시위 현장 모습과 강연 후 학내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이날 시위에 상당수의 외국인 학생들을 포함해 약 150명이 참여했다면서 “외국 학생 중에는 지금도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성적 노예에 대한 이슈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위해 나온 친구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윤 씨는 하버드대에 재학 중인 일본 유학생들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일본 학생들 같은 경우 입장들이 여러 가지로 나뉘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많이 달라서 많이 놀랐고 불편한 마음도 있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일부 학생들은)위안부 문제가 민간에서 발생한 문제들일 뿐이고 정부가 개입되지 않았으며, 또 총리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정부 차원의 사과를 하거나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진보적인 인식을 가진 친구들도 있어서 그런 부분들은 희망적으로 봤다”고 덧붙였다.

윤 씨는 “일본 우익 정치인 입장이 아니라 하버드에 다니고 있는 수준의 일본 학생들조차도 역사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고 있는 건가”라는 질문에 “그렇게 보였다”고 답했다.

강연장에서 재미동포 2세 조지프 최 씨(20·하버드대 경제학과 2학년)가 아베 총리에게 위안부 문제에 관해 직설적으로 질문을 던졌던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날 아베 총리의 연설 후 질의응답에서 조지프 최 씨는 묻힐 뻔한 위안부 문제를 끄집어내며 “일본군과 정부가 위안부 동원에 관여했다는 강력한 증거에도, 왜 일본 정부는 아직도 위안부 수십만 명을 강제 동원한 사실을 인정하지 않느냐”고 ‘돌직구’를 던졌다. ‘성 노예(sexual slavery)’라는 직설적인 표현도 사용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위안부 문제에 관해서라면, 인신매매에 희생당해 형용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겪은 분들을 생각할 때마다 내 마음이 아프다”고만 답했을 뿐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나 사과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윤 씨는 “(조지프 최가)질문을 갑자기 시작을 했는데 이제 ‘나올게 나왔구나’라고 생각을 했지만 아베 총리도 그냥 담담하게 준비된 듯한, 그리고 요지를 빗나가는 듯한 답변을 해서 ‘아베 총리가 이렇게 준비를 해왔구나’하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그 질문이 나오기 전까지는 일본 여성 정치 참여나 브릭스의 경제적인 효과라든지 그런 변죽을 올리는 듯한 질문들이 많아서 좀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그 질문이 나와서 참 다행이었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의 답변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중국 학생들의 굉장히 여러 가지 면들을 봤다. 중국 학생회는 결과적으로는 이 시위에 참여하지 않았다. 중국 학생들 같은 경우는 일종의 외교관계로만 보는 친구들이 많이 있어서 이번 아베 발언도 외교적인 수사고 그 정도의 수준의 발언이 나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동남아시아나 다른 아시아 지역 친구들도 60~70년 동안 일본이 그 지역에 기여한 바가 많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렇게까지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 않아 좀 아쉬움이 컸다”고 말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29일 워싱턴에서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한 후 30일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로 이동해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을 면담한다. 5월 1일에는 로스앤젤레스로 향할 예정이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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