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신문사가 사들인 ‘수제맥주 축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9일 09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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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를 뛰어다니는 맨발의 기타리스트와 열광하는 관객들, 그리고 하얀 거품이 얇게 얹힌 시원한 맥주.

18일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열린 ‘언탭트 페스티벌(Untapped Festival)’의 한 장면이다. 50달러(약 5만4000원)를 내면 59cc 수제맥주 12잔과 함께 인디음악을 라이브로 즐길 수 있다. 사전 판매로 티켓을 구입할 경우 32달러면 충분하다. 티켓은 매진됐다.

축제는 2012년 댈러스에서 처음 열렸다. 수백 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텍사스 주의 수제맥주를 알리기 위해 시작됐다고 한다. 인기를 얻으며 포트워스와 휴스턴으로 확대됐고 올해 오스틴까지 왔다.

하나 더. 축제는 신문사가 운영한다. 지난해 6월 텍사스 주 최대 일간지인 댈러스 모닝뉴스는 자신들이 보유한 이벤트 마케팅 회사 ‘크라우드소스’를 통해 축제의 소유권을 사들였다.

17일 댈러스 모닝뉴스의 짐 모로니 발행인 겸 최고경영자(CEO)는 제16회 온라인저널리즘 국제심포지엄(ISOJ)에 발표자로 나서 “현재 다양한 잡지 발간, 페스티벌 주최 등으로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고 있다”며 “언탭트 페스티벌을 통해 많은 돈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이 신문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혁신(sustainable innovation)을 시도하는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국내 기자 6명과 함께 다녀온 올해 ISOJ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언론사의 ‘수익구조 다변화’였다. 비영리 언론을 표방하며 2009년 만들어진 온라인 매체 텍사스 트리뷴의 팀 그릭스 발행인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도 발표에서 “광고주 등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기사를 쓰기 위해 수익구조 다변화를 이루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텍사스 트리뷴은 매년 한 차례 3일 동안 이어지는 ‘텍사스 트리뷴 페스티벌’을 주최한다. 지난해 열린 페스티벌에는 정책 입안자를 포함해 200명이 넘는 발표자와 3000여 명의 청중이 한 자리에 모여 사법제도 개혁, 교육격차 해소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를 통해 텍사스 트리뷴은 8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수익구조 다변화가 미국 언론사만의 고민은 아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미 2004년부터 데이팅 서비스 웹사이트 ‘소울메이트’를 운영 중이다. 한 달에 32파운드(약 5만2000원)를 내면 연령, 거주지 등을 입력해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아볼 수 있다. 잘 어울릴 것 같은 사람도 추천받을 수 있다. 국내의 한 언론사도 이 같은 데이팅 서비스 사업을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독자층이 넓어 실제 서비스 개시로는 이어지지 못했다.

모로니 발행인의 발표가 끝난 뒤 옆자리에 앉았던 한 매스커뮤니케이션 전공 교수와 이야기를 나눴다. 수익구조 다변화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었다. 루이지애나 주에서 왔다는 그는 “독자들이 어느 선까지 ‘정당하다’고 인식해 줄 지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답했다.

소울메이트 홈페이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소울메이트를 통해 얻은 수익은 정치와 기업의 간섭으로부터 언론의 자유를 지켜나가기 위해 가디언 미디어그룹에 재투자됩니다.” 이 문구를 읽는 영국 독자들은 어떤 말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오스틴=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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