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황성호]파출소 고령화 경찰은 불구경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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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호·사회부
황성호·사회부
서울 지역 지구대와 파출소의 50대 경찰 비율이 40.1%라고 한다. “치안에 구멍이 생긴 것 아니냐” “노인은 다 잘라내라는 거냐”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28일 본보 기사를 본 경찰관들은 대부분 “모두 알고 있었던 문제이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나온 적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지구대와 파출소에 나이 든 경찰이 많은 것은 한국의 전반적인 고령화 현상 때문이기도 하다. 이는 경찰 조직을 넘어서 대한민국 사회 전체가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하지만 사회를 뒤덮는 현상 중에서도 정도가 심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경찰 분야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경찰이 시급하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박근혜 대통령 공약대로 임기 동안 신임 순경을 2만 명 뽑아 배치해도 20여 년 뒤 같은 문제를 낳을 뿐이라고 지적한다. 대신 나이 든 경찰은 외근보다 내근에 투입하는 단기 대책과 함께 신규 임용자를 일정하고 꾸준하게 선발하는 인사운용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별로 고민하지 않는 듯하다. 치안 일선 현장의 고령화가 심각하다는 지적에 경찰청은 “중장기 인력 운용 계획은 아직 정리 중이라 답변하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일선 경찰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고 했지만 경찰 수뇌부는 현장 경찰의 고령화를 남의 나라 이야기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총기 사용이 엄격하게 제한된 한국에서 50대 경찰이 젊은 범인을 뒤따라가 힘으로 붙잡기 쉽겠어요?”

서울의 한 지구대 경찰관의 말이다. 보통의 시민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길거리에서 마주칠 수 있는 각종 흉악 범죄는 하루가 다르게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고 있다. 시민이나 일선 경찰이 지구대와 파출소 경찰관의 고령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다. 그러나 경찰청의 태도는 이러한 상식이 경찰 조직 내에서도 통하고 있는지 의문부호를 달게 한다.

지방경찰청은 일선 경찰서에 인력을 배치하는 인사권을 행사하고 경찰서는 지구대와 파출소의 인사 권한을 갖고 있다. 전국 경찰관의 23%인 50대 이상 경찰관이 유독 서울 지구대와 파출소에 40.1%가 배치돼 있다면 서울지방경찰청장과 일선 경찰서장이 손발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거나 양쪽 모두 실상을 제대로 모르는 게 이유는 아닐까. 개개인의 능력과 경륜이 탁월할 수는 있겠지만 경찰의 실핏줄인 지구대와 파출소에 50대 경찰관들이 집중되는 현상을 시민이 수긍할지 의문이다.

황성호·사회부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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