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장애소년, 시구는 못했지만 영웅과 만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29일 05시 45분


왼팔을 쓰지 못하는 야구선수 김성민(오른쪽) 군이 28일 시구를 할 예정이었던 광주 한화-KIA전이 우천취소된 뒤 자신의 우상인 KIA 투수 윤석민을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왼팔을 쓰지 못하는 야구선수 김성민(오른쪽) 군이 28일 시구를 할 예정이었던 광주 한화-KIA전이 우천취소된 뒤 자신의 우상인 KIA 투수 윤석민을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왼손·발 장애 주니어야구선수 김성민 군
한화전 시구자로 초청…우천취소에 울상
‘우상’ 윤석민과 만남 “프로선수 꿈” 밝혀

“우천취소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소년은 비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토해냈다. 그러나 이내 꿈에 그리던 우상을 만나면서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경기도 용인 신촌중학교 3학년 김성민(16) 군. 현재 용인시 수지구 주니어야구단 선수이기도 하다. 그는 2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시구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날 한화-KIA전이 우천취소되면서 시구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사연이 기막히다. “비 오는 날, 아빠가 생후 1주일 된 성민이를 안고 가다 계단에서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했어요. 아빠는 팔이 골절됐고, 성민이는 계단에 머리를 부딪치면서 뇌출혈로 뇌수술을 해야 했어요. 의사 선생님 말로는 성민이가 기적처럼 살아났대요.” 이날 함께 온 어머니 송달미(39) 씨는 사고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나 성민 군은 사고 후유증으로 왼손과 왼발에 장애가 왔다.

야구를 좋아했던 아버지는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 되던 무렵에 캐치볼을 가르쳤다. 왼손을 쓰지 못하는 성민 군은 오른손에 글러브를 끼고 공을 받은 뒤, 글러브에 공을 넣은 채로 오른팔을 휘둘러 아버지에게 공을 던졌다. 아버지의 영향으로 KIA를 좋아하게 됐고, 윤석민의 열렬한 팬이 된 성민 군은 왼발에 인공뼈를 이식한 뒤 5학년 때 야구부에 들어가 야구선수가 됐다.

그런데 불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버지가 2013년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야구가 전부인 성민 군은 야구선수를 포기하지 않았다. 현재 주니어야구단에서 포지션은 우익수. 타석에서도 왼손을 쓸 수 없어 오른손으로만 배트를 잡고 타격을 한다.

이런 사연을 접한 KIA가 이날 시구자로 초청했다. 중간고사 기간이어서, 성민 군은 3교시 시험을 모두 마치고 어머니와 함께 광주로 달려왔다. 그러나 하늘은 무심하게도 비를 내렸다.

“차를 타고 내려오면서 엄마한테 ‘아빠가 살아 계셨으면 좋아하셨을 텐데’라고 말했어요. 위쪽 지방은 맑아서 광주에 비가 올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야구장 들어오는 순간 비로 경기가 취소돼버렸네요.”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었다. 우상인 윤석민이 덕아웃에서 유니폼과 모자를 선물하면서 “야구 열심히 하고, 다음에 꼭 만나자”고 약속했다. 강한울은 함께 캐치볼을 해줬다. 성민 군은 “시구까지 했으면 완벽한 영광인데, 오늘은 저에게 또 다른 추억이 될 것 같아요. 프로야구선수로 꼭 여기 한번 서 보고 싶어요”라며 활짝 웃었다. KIA는 5월 중에 다시 한번 그를 시구자로 초청할 계획이다.

광주|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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