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인사이드] 5할 백업타자 게레로, 다저스의 새 동력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29일 05시 45분


알렉스 게레로.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알렉스 게레로.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백업불구 22타수서 홈런 5개·13타점 활약
매카시 시즌 아웃·푸이그 부상 등 악재 속
팀 선두 이끈 ‘숨은 공신’…주전 출전 확대

LA 다저스는 28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숙적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8-3으로 이겨 12승7패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유지했다. 선발진에 구멍이 나고, 주력 타자 야시엘 푸이그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열을 이탈한 가운데서도 같은 지구의 라이벌들을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선두 수성을 장담하긴 어려운 처지다. 다저스를 둘러싼 여러 상황이 여의치 않다.

● ‘유리몸’ 매카시의 조기 시즌 마감

이쯤 되면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 아닐까. LA 다저스 앤드루 프리드먼 사장의 야심 찬 선택은 처참한 실패로 판명 났다.

지금으로부터 4개월 전 다저스는 우완투수 브랜든 매카시를 4년 4800만달러(약 513억원)에 영입했다. 당시 팬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난 시즌 4선발로 무난한 활약을 펼쳤던 댄 해런을 마이애미 말린스로 보내면서 1000만달러의 연봉을 모두 책임지고 새로 연 평균 1200만달러를 들여 매카시를 영입한 것은 무모한 도전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200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매카시가 30경기 이상 선발등판하거나 200이닝 이상 던진 것은 지난해가 유일했다. 지난 시즌 후반기 애리조나 디백스에서 뉴욕 양키스로 이적한 이후 14경기에서 7승5패, 방어율 2.89로 눈부신 활약을 한 매카시의 투구는 프리드먼 사장을 매료시켰다. 프리드먼 사장은 ‘유리몸’이라는 닉네임을 지닌 31세의 매카시에게 4년이나 계약을 보장하는 도박을 걸었다.

류현진 대신 3선발로 시작한 매카시는 4경기에 선발등판한 끝에 오른쪽 팔꿈치 부상을 이유로 올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다. 성적은 3승무패지만, 방어율은 5.87로 좋지 않았다. 23이닝 동안 홈런을 9개나 맞았다. 26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매카시는 6회 저스틴 업튼에게 3점홈런을 맞은 뒤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정밀검사 결과 팔꿈치 인대가 손상됐다는 판정을 받아 토미존 서저리를 받을 예정이다. 순조로운 재활을 거친다 해도 복귀시점은 내년 올스타전 이후가 될 전망이다.

28일 프리드먼 단장은 곤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매카시는 어깨 부상 전력이 있는 선수였다. 팔꿈치 부상을 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투수에게 팔꿈치 부상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두꺼운 선수층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매카시의 이탈로 다저스는 선발진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시즌 초반이라 트레이드도 쉽지 않은 터라 27일 파드리스전에서 7이닝 3실점으로 호투한 스콧 베이커를 당분간 잔류시키고, 트리플A에서 마이크 볼싱터, 카를로스 프리아스, 잭 리, 조 위랜드 중 컨디션이 좋은 투수를 승격시킬 전망이다.

●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변신한 게레로

타율 5할에 22타수를 기록하는 동안 홈런은 무려 5개를 터트렸다. 13타점으로 아드리안 곤살레스에 이어 팀 내 2위지만 벤치를 지키는 선수가 있다. 주인공은 다저스 내야수 알렉스 게레로(28)다.

27일 파드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다저스는 1-3으로 패했다. 이 경기에서 다저스가 올린 득점은 5회초 게레로가 친 솔로홈런뿐이었다. 시즌 전만 해도 게레로는 계륵 같은 존재였다. 같은 쿠바 출신 푸이그의 후광에 힘입어 4년간 2800만달러에 입단했지만, 지난 시즌 대부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냈다. 빅리그 2년차인 올 시즌에는 마이너리그 거부 조항이 있기 때문에 다저스는 게레로를 어쩔 수 없이 25인 로스터에 포함시켰다. 유격수 출신인 게레로가 2루수로 변신하기를 원한 구단의 기대와는 달리 수비력에 문제점을 드러내 주전 자리를 확보하지 못했다.

하위 켄드릭-지미 롤린스-후안 우리베로 이어지는 주전 내야진에 밀려 벤치워머 신세를 면치 못하던 게레로는 12일 애리조나전에 3루수로 선발출전해 5타수 3안타 1홈런 4타점을 올리는 원맨쇼를 펼쳐 팀의 7-4 승리에 기여했다. 14일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선 연장 10회말 천금의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며 자신감을 찾았다. 매리너스와의 2차전에서도 4회말 대타로 등장해 2점홈런을 날리며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했지만, 좀처럼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진 못했다.

게레로는 대타로 출전한 경기에서 7타수 동안 홈런과 2루타를 2개씩 쳐내며 5타점을 올리는 알토란같은 활약상을 보여줬다. 특히 23일 벌어진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0-2로 뒤진 7회초 월드시리즈 MVP 매디슨 범가너를 상대로 동점 2점아치를 그린 장면은 압권이었다.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신들린 듯한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게레로의 출전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며 “최근에는 타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보이고 있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게레로는 내야 백업 요원에 그치지 않고 좌완투수가 상대 선발로 등판하는 경기에서 칼 크로퍼드를 대신해 좌익수로 나서는 빈도가 늘어날 전망이다.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변신한 게레로의 활약은 다저스가 선두를 유지하는 데 큰 활력이 되고 있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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