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돈 풀다 신용등급 추락한 일본 반면교사 삼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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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신용평가회사 피치가 그제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떨어뜨려 한국보다 등급이 두 단계 낮아졌다. 피치는 “일본 정부가 2015 회계연도 재정구조를 충분히 정비하지 않은 데다 소비세(부가가치세) 인상 시기를 미루는 등 재정 건실화를 위한 의지가 부족하다”고 신용등급 격하 이유를 설명했다. 일본 신용등급 강등으로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어제 원-엔 환율은 100엔당 898원으로 7년 2개월 만에 900원 선 아래로 내려갔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39%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돈을 풀고 재정지출을 늘리는 아베노믹스가 일본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재정 건전성의 벽에 막혀 결국 신용등급 추락이라는 복병을 만난 셈이다.

한국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직전을 비롯해 급속한 엔저 때마다 수출이 줄고 경상수지가 나빠졌다. 이번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수출 기업의 고통이 커져 장기화할 경우 타격이 우려된다. 일본의 지나친 양적 완화와 엔화 약세가 아시아 국가에 미칠 ‘근린궁핍화 정책’의 후유증을 미국 중국 등 국제사회에 인식시켜 엔화 약세의 속도라도 조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베노믹스의 그늘을 드러낸 일본 신용등급 추락은 나라 곳간을 허무는 경기 부양의 한계를 뚜렷이 보여준다. 1990년 67%였던 국가채무비율이 불과 20여 년 만에 230%를 넘은 데서 보듯, 재정이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한국의 공식 국가채무비율이 35%라고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 공무원연금 같은 연금충당부채와 공기업 부채까지 감안하면 한국의 재정 상황도 안심할 단계를 지났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적자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은 위험할 수 있다.

‘잃어버린 20년’ 동안 구조조정을 소홀히 하면서 적자재정에 의존한 단기 경기 부양책만 되풀이하다가 한국보다 신용등급이 두 단계나 낮아진 일본에서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교훈을 얻어야 한다. 미래세대의 부담과 재정 악화를 줄일 공무원연금 개혁,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노동 개혁,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어낼 서비스산업 규제 혁파와 수도권 규제 완화 같은 정책이야말로 한국 경제 활력 회복과 재정 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다.
#피치#일본#A#소비세#아베노믹스#재정 건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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